그동안 고전을 면하지 못하던 우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산업에서 실적 개선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80나노보다 2배 이상이나 생산성이 높은 50나노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는 지난 2000년 150나노로부터 2006년 50나노까지 무려 8세대 연속 D램 신공정 개발을 실현한 것으로 세계가 놀랄 만한 것이다. 3ㆍ4분기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70%에 해당하는 1조2,700억원이 반도체 부문에서 올린 실적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선전
관계 업계는 4ㆍ4분기부터 삼성전자의 반도체산업 낸드플래시와 D램이 매 분기 영업이익을 30% 이상 기록할 것이며 아직도 부진을 못 면하고 있는 LCDㆍPDP 등 디스플레이산업을 대신해 캐시카우(수익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더구나 하이닉스는 최근 D램 나노미세회로기술에서 세계 최초로 66나노 회로 공정을 적용해 1기가 비트(Gb) DDR2 D램의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반면 우리 디지털산업의 또 하나의 큰 축인 LCD산업은 올해 들어 3ㆍ4분기까지 고전을 면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우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올해 LCD 불황에도 불구하고 2ㆍ4분기 750억달러, 3ㆍ4분기 1,600억달러 흑자를 내면서 나름대로 선전을 했다. 이는 S-LCD 합작사인 일본 소니가 삼성이 제작하는 LCD 패널의 75%를 자체 소화하고 나머지 10%는 JVCㆍ마쯔시다에, 나머지 15%는 중국과 터키 등 LCD TV 판매 업체에 판매하는 손쉬운 판매 루트를 확보하고 있는 데 그 연유가 있다.
LG필립스의 50% 합작사인 네덜란드의 로열필립스는 유럽에서 자기 제품도 소화하지 못하는 부진을 겪고 있다. 그로 인해 로열필립스는 LCD 불황에 따른 LG필립스의 2ㆍ3, 3ㆍ4분기 적자를 덜어주기 위한 매출 신장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순수 자력으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LG필립스와는 전혀 상황이 다른 것이다.
PDP시장은 대형 패널의 절대 우위라는 이점을 살려 LCD의 도전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LG전자와 삼성SDI가 50인치 이상 PDP 패널을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G는 생산량을 기존 10%에서 30%로, SDI도 15%에서 28%로 대폭 늘리는 공격적인 전략을 세웠다.
OLED시장은 이제 갓 자란 작은 소나무에 불과하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가꿔 대목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우리 디지털산업에 있다. LCD에 비해 1,000배 이상이나 반응 속도가 빠른 ‘꿈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라고 불리는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의 경우는 이미 삼성SDI가 천안공장에 4,655억원을 투자해 생산 라인을 건설 중이고 LG필립스도 4ㆍ4분기부터 KVSA급 AM OLED를 양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렇게 대기업 위주로 질주하는 정보기술(IT)산업 발전의 이면에는 기술은 있지만 자금력과 시장지배력이 약한 중소 디지털 첨단 업체가 경영난으로 저가로 부분별하게 개발도상국에 기술을 이전하는 현실이 있다. 이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과 노하우의 보호 측면에서 몹시 위험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中企와 공동발전 모색해야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중소 유망 IT기술 보유 업체에 대한 기술개발지원금과 5년 이상의 법인세 면제, 그리고 IT산업 수출품에 대한 기술진흥기금의 장기 저리 융자 등의 혜택이 필요하다. 또 수도권 공장 건설 제한, 출자총액제, 금융 기관 의결권 제한 등을 과감하게 철폐함으로써 외국인 투자가에 역차별당하는 우리 기업의 투자 의욕을 북돋아줘야 하는 절실한 시기이다. 첨단 디지털 업체에 대한 공장 부지 영구 임대, 법인세 5년간 면세 등의 투자유인책을 쓰고 있는 대만의 경우를 타산지석(他山地石)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