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회사인 템플턴자산운용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LG카드의 단일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지난 3,4월 SK㈜지분을 매집해 SK글로벌 사태 해결에 복병으로 등장했던 소버린펀드 파문의 재판(再版)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템플턴측은 `단순투자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경영정상화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LG카드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했고, 앞으로 경영권매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SK사태` 때의 소버린과 마찬가지로 단순투자라고 밝혔다가 나중에 경영에 직접 개입하거나 매각작업에 관여할 경우 금융당국과 채권단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LG카드의 경영정상화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템플턴이 최근 장내매수를 통해 LG카드의 지분율을 기존의 5.39%에서 11.35%로 높임에 따라 템플턴이 단독 또는 다른 대주주와 손을 잡고 경영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LG그룹은 현재 LG투자증권(8.01%)과 특수관계인(15.88%)의 보유주식을 합한 23.8%의 지분으로 LG카드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템플턴이 2대 주주인 캐피털그룹과 손을 잡으면 지분율(22.3%)이 LG그룹과 거의 비슷해지는 등 어떤 형태로든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큰 상황이다. 또 단일 최대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LG카드의 매각작업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선 템플턴의 지분매입 목적이나 자금의 성격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유동성 지원이나 매각작업에 큰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도 “현재로선 템플턴의 지분매입 배경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인 투자목적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LG카드 매각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