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99수출여건과 전망] 수출목표 달성, 원고부터 막아라

연초부터 세계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유로화 출범으로 완전한 경제통합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지난해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미국은 보호주의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나스제라이스주(州)의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선언으로 야기된 브라질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의 불씨는 아직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다.급변하는 대외 경제환경은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외적인 여건 속에서 올해 한국경제는 안으로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고, 밖으로는 치열한 수출경쟁에서 생존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기업·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고 보긴 아직 이르며, 유일한 희망인 수출은 환율하락세 속에서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99년 변화된 수출 여건과 수출 전망을 긴급 점검하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긴급좌담회에는 오영교(吳盈敎)산업자원부 무역정책 실장, 장병주(張炳珠) (주)대우 사장, 이경태(李景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원장, 정재영(鄭在永)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鄭원장이 맡았다.【편집자 註】 사회=지난해 한국경제의 고통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다행히도 무역수지흑자규모가 399억달러에 달해 한 시름 덜었습니다만 환란이 완전히 극복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올해에도 환란 극복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출이죠. 성장율, 고용증대등에서 수출이 맡고 있는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우선 지난해 수출입실적부터 분석해 볼까요. 吳실장 = 지난해 우리 수출은 값진 성과를 얻었습니다. 지적하셨듯이 무역수지 흑자가 399억달러로 사상 최대규모에 이르렀습니다. 흑자규모로는 일본 독일 중국에 이어 4번째였어요. 아무도 기대 못한 실적이었죠. 수출은 지난 97년말 3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를 1년만에 485억달러로 늘리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李원장 = 특히 지난해 수출은 경쟁국에 비해 상당히 좋은 실적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일본 대만 싱가포르등은 국내적 큰 어려움이 없었음에도 우리보다 수출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죠. 작년 수출은 물량기준 으로 18.4%가, 원화 기준으로는 50.3% 각각 증가했습니다. 산업기반의 붕괴를 막는 받침대 역할을 톡톡히 한 셈입니다. 또 외환보유고 485억달러중 60%이상이 무역수지 흑자에서 나온 점도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사회 = 지난해의 경우 금수출이라는 특수요인이 발생해 무역수지 흑자에 큰 기여를 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올해 수출전망을 밝게 볼 수만은 없다고 보는데, 업계의 의견은 어떤지요. 張사장 = 지난해 상반기의 수출이 증가세를 보인 요인 중 금수출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수출로 돌파해야만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분위기 자체가 수출에 큰 도움을 준 것도 묵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내수부진도 수출을 촉진하는 데 큰 몫을 했어요. 기업들은 내수가 침체되자 수출에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낙관만은 못한다고 봅니다. 경쟁상대국들이 올 수출목표를 지난해 대비 마이너스로 잡은 데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吳실장 = 금수출이 지난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금수출은 매년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5월부터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이 최악의 조건속에서도 11월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서도록 정부와 기업이 합심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거꾸로 가던 추세를 역전시켰다는 것은 당연히 평가를 해줘야 합니다. 사회 = 올해 대내외 수출여건은 어떨까요. 李원장 =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호재와 악재가 혼재해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따른 금리인하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는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것입니다. 올해를 준비기간으로 볼 수 있죠. 미국 경제성장률은 약간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만 유럽,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성장 벗어날 지의 여부가 관심사입니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아시아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넘기고 올 중반기부터는 완만하나마 회복세로 가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감입니다. 중국경제는 지난해 외형적으로 8%의 성장세를 기록했어요. 이에반해 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는 가장 두려운 복병입니다. 선진국들이 우리 상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하려는 점도 악재이지요. 세계 전체적으로 수출여건은 크게 좋아질 것은 없고 그렇다고 크게 나빠질 것도 없다고 봅니다. 吳실장 = 유로화출범도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입니다. 유로화출범은 가입국간의 거래비용을 대폭 축소시키고 경쟁을 유발시켜, 유럽기업들의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결과로 유럽경제는 매년 0.2∼0.3%의 추가성장이 기대됩니다. 우리 수출에는 어려움과 기회를 동시에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복수화폐에 의한 거래상의 불편 해소와 유럽지역의 성장율 상승은 호조요인이나, 달러위상약화와 이에 따른 대미수출둔화 가능성, 유럽연합의 수입규제 강화, 유럽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는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요인입니다. 사회 =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 설비투자를 거의 하지 못해 올 수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요. 張사장 = 철강, 자동차등은 벌써부터 통상마찰이 생기고 있을 정도여서 수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유로화 출범은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에 어려움을 안겨줄 것입니다. 동남아 경기가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동남아국가들도 살기 위해 수출을 해야 합니다. 올해도 경쟁상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지적하신대로 지난해 설비투자를 못한 점은 크게 우려됩니다. 해외마케팅활동도 상당히 위축된 상태였죠. 종합상사의 경우 해외상주요원을 불러들이기에 바빴어요. 해외사무소도 축소했습니다. 지난해 위축된 설비투자, 해외활동 위축 결과는 올해에 확연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도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구조조정은 단적으로 몸집을 줄이는 겁니다. 기업들은 축소과정에서 단기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심각했던 금융경색도 지난해 말부터 풀어지고는 있으나, 솔직히 우려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李 원장 = 미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무역적자가 가장 큰 요인이였죠. 미국이 적자 축소를 위해 신경을 쓸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미의회의 분위기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은 올해 상당히 공세적인 보호주의를 들고 나올 것입니다. 사회 = 수출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신데 정부는 수출 촉진책으로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습니까. 무역 흑자 250억달러를 달성하는 길이 험난할 것 같은데. 吳실장 = 무역환경이 올해 크게 좋아질 것같지 않다는 데는 동감합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 보기에는 최소한 나빠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지난해에는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큰 폭 흑자를 내지 않았습니까. 한국 수출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내외입니다. 우리 노력여하에 따라 충분히 늘릴 수가 있는 수준이죠.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만들어 놓은 증가세를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연초부터 수출동향 면밀하게 지켜보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대응할 것입니다. 첫째로 환율과 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유도하고 기업들의 수출애로, 금융경색에 따른 부대비용문제등은 적시에 해결할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수출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모든 기업이 수출에 참여하도록 할 것입니다.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종합상사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구상무역 지원, 세일즈 외교, 무역 인프라구축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할 것입니다. 올해에는 통상진흥과 관련해 장관급 회담만 해도 60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李원장 = 정부는 환율안정을 위해 필요할 경우 적극 개입하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도 환율안정을 위해 타깃존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변동환율제가 본격화되고 있어 정부의 개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기업의 경우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환율안정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올해에는 특히 원화 강세요인이 많습니다. 엔화환율이 현재 강세를 보이고 있어 한숨 돌리고 있습니다만 하반기에는 약세로 돌아설 게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환율안정에 정부개입이 옳으냐 그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선진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는 상환해야 하고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된 기업부터라도 필요한 경우 해외투자를 해야 합니다. 해외 직접투자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어떻게든 달러 수급균형을 맞춰야죠. 무역정책도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에 대비해 국제 규범에 따라 투명하게 펼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 = 좋은 지적입니다. 수출확대측면에서 기업이 정부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張 사장 = 올해 조선업종은 여유가 있을 지 모르겠는데, 철강 가전산업등의 사정은 심각합니다. 원화의 적정환율은 달러당 1,250∼1,300원정도로 생각됩니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더라도 환율이 1달러당 1,200원이하로 내려가면 가격경쟁력이 없어집니다. 李원장께서 지적하셨듯이 정부가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 표명만 하더라도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범정부적인 수출지향적 지원체제가 갖춰져야 합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촉진책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소비는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 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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