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씨티은행과 맞서는 법

조영훈 금융부 차장 dubbcho@sed.co.kr

[동십자각] 씨티은행과 맞서는 법 조영훈 금융부 차장 dubbcho@sed.co.kr 조영훈 금융부 차장 지난 1812년 6월16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몰락의 길로 이끈 러시아와 프랑스의 보로디노전투가 한창이던 때 지구 반대편 뉴욕에서는 조그만 은행 하나가 문을 열었다. 19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은행은 전세계 102개국에 3,400여개의 신경망을 갖추고 1조2,0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거대공룡이 됐다. 바로 ‘씨티은행’이다. 씨티은행이 우리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67년. 외국계 금융기관 가운데 처음 한국에 진출한 씨티는 기업금융을 시작으로 소매금융까지 업무영역을 넓히는 데 무려 40여년을 투자했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한미은행과 합병이 이뤄지면 느림보 씨티의 행보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 금융권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은행장부터 행원까지 ‘씨티 배우기’ 열풍이다.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씨티은행이 부자 마케팅에는 능하지만 서민금융에서는 약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전자금융이나 서민금융의 공략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씨티가 아무리 탁월한 상품개발 능력을 갖고 있어도 우리 현실에 맞는 금융상품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또 어떤 부문에서는 우리의 능력이 씨티보다 앞서고 있습니다.” 국내 은행장들이 씨티와 국내 은행을 비교 평가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한미간 금융전쟁을 바라보면서 불안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우리 은행들이 ‘관치 금융’에서 벗어나 ‘계속 기업’으로서 스스로를 인식한 지는 불과 5~6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IMF를 겪으면서 주인이 바뀐 다음에야 ‘은행도 기업이다’라는 점을 인식한 까닭이다. 다른 하나는 씨티가 우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금융가에 ‘씨티맨 모시기’ 열풍이 불었던 적도 있다. 씨티의 조직력과 맨파워를 인정한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모 은행장이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밝힌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공룡과 맞서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원을 설득하는 일부터 걸림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은행의 역사도 이미 100년이 훌쩍 넘었다. 내공이 쌓일 때도 됐으니 지레 겁부터 먹을 일은 아닌 듯싶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입력시간 : 2004-07-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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