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사면초가 한국 기업

안에선 나쁜 기업… 밖에선 견제 대상 몰려

한국 기업들이 안팎의 시련으로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민주화에다 비자금 수사, 동시다발적 세무조사 등 정치권ㆍ사정당국의 전방위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해외 정부 및 기업들의 국내 기업 견제가 더욱 심해지고 있어 기업들은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했다.

특히 도를 넘어선 경제민주화와 기업 총수들에 대한 망신주기 식 검찰 수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기업의 공포가 커지고 투자 포기가 속출해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안에서는 나쁜 기업으로 몰리고 밖에서는 타도 대상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안팎의 겹공세에 시달리는 모습이 흡사 넛크래커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호두와도 같은 신세"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경제민주화, 총수 수사 등 쉼 없이 강도를 높이는 정부ㆍ정치권 압박에 속수무책이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 법안 등은) 대기업이 처한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대기업ㆍ대주주 마녀사냥 양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의 경영ㆍ투자활동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다수 대기업이 경제민주화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한 국내 여건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올해 투자계획을 거둬들이거나 보류한 상태"라면서 "'쓰나미' 같은 경제민주화 규제 움직임에 대해 기업 총수들은 자포자기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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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해외 경쟁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강력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국립대학교인 대만성공대는 최근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한 특허 전문가는 "대학교까지 가세한 것 자체가 다소 이례적이고, 또 특허소송 법원을 특허괴물 천국인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으로 택한 것도 노골적"이라고 말했다.

경쟁국의 파상적인 한국 기업 때리기에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며 "반면 우리 정부 및 정치권은 우리 기업의 경영활동을 오히려 위축시키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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