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김 전대통령은 12일 파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포럼에 참석해 '21세기와동아시아'라는 주제로 기조연설한 뒤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퇴임과 함께 정치를 완전히 떠났다"며 "여생동안 건강과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대통령은 "후손들에게 번영된 사회를 물려주고 노벨평화상의 뜻을 기려 세계 평화와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북 한반도 특사역할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 전대통령은 "6자 회담도 중요하지만 북핵문제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이것은 6자 회담을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현 정부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대통령은 "6자 회담의 테두리 속에서도 결국 북미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반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이 북한에 안전을 보장해주면 되는 만큼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 관계의 진전 양상에 대해 "양측 관계가 미국 대선 때까지는 현상을유지할 것이며 선거 후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 전대통령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한 문제를 대화와 평화적인 방법으로 풀어갈 것을 여러번 말했다"며 "부시 대통령도 그같은 의지가 있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 동안 이산가족 9천여명이 상봉하고 북한 선수단이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화됐다" 며 "북미 관계가 좋았더라면 남북관계가 훨씬 더 개선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대통령은 "중국, 일본 등 큰 나라는 한국에 시장을 확보해주기도 하지만 경쟁자"라며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트여 한반도가 동북아의 물류거점이 되고 경제력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대통령은 퇴임 후 생활에 대해 "신장이 안좋아 치료 중인 외에는 건강한편"이라며 "독서를 하거나 국내 신문을 많이 보며 손님들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고생도 했지만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봉사할 수 있었던 데 행복감을 느낀다"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살아온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데 여생을 보내려한다"고 거듭 밝혔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