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기업­새로운 기회(홍콩반환 원년)

◎중화경제권 공략 대도약 발판/아시아계 차별 철폐·연줄문화 익숙 “유리”/금융분야 중심 반환전 ‘터잡기’ 진출 러시/대만 단교후 공사입찰 제한 폐기 기대/대형 프로젝트 수주등 반사이익 클듯『홍콩 반환이 임박하면서 우리 금융기관들의 홍콩러시가 대단합니다. 자고 나면 또 한개가 진출해 있습니다』 외환은행 안재규 홍콩법인장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무역중심지로서의 홍콩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기업의 홍콩진출이 두드러지는 것은 금융분야. 지난해 하반기만 국내 증권 33개사중 10개사와 부산, 경남, 대동은행 등 지방은행이 홍콩에 속속 진출하면서 95년 47개였던 한국 금융기관들이 현재 77개로 급증했다. 홍콩이 중국으로 귀속되기 전에 미리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가야 모든 것이 수월하고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만에 하나 중국 귀속후 홍콩 진출을 어렵게 만드는 행정규제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 경계심도 깔려있다. 물론 이같은 금융기관의 홍콩 진출러시에는 중국으로 귀속후 홍콩이 여전히 세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오히려 홍콩반환으로 중국계 금융기관의 홍콩진출이 용이해지고 이들을 통해 중국의 왕성한 자금수요력이 나타나면 홍콩 금융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외환은행 홍콩법인 정순동 부사장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홍콩진출 한국계 은행들이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이 홍콩금융시장을 통해 막대한 자본을 인프라 건설자금으로 조달해 가면서 차입시장의 볼륨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는 홍콩반환이 임박하면서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고 말한다. 실제 외환은행 홍콩 현지법인은 지난해 당기순익 목표치인 9백60만달러를 이미 지난 10월 달성했다. 홍콩반환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성·시정부가 홍콩에 세운 유령기업들이 가짜 신용장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홍콩증시에 상장된 22개 중국기업들이 기업활동에 대한 공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데도 불구, 홍콩 증권당국이 수수 방관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안재규 법인장은 『언제나 작은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밀려오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은 우려를 일축한다. 일부 서방언론과 기업들이 걱정하고 있는 중국 특유의 연줄문화가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는게 한국기업들의 생각이다. 또 눈에 보이지 않던 영국의 아시아기업들에 대한 차별이 없어진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영국이 홍콩반환 이전에 초대형 프로젝트인 첵 랍콕 신공항 건설계획을 마무리 지으려 했던 것도 결국 영국계 기업들 몫을 늘리고자 하는 속셈이었다. 성석주 한인상공회 부회장은 이같은 홍콩반환에 따른 중국측 영향력을 적극 이용할 계획이다. 지난 76년부터 홍콩에서 무역업을 해온 성 부회장은 그동안 쌓아온 중국측과의「관계」를 이용해 금융중개업을 시작했다. 중국 광동성, 요녕성 등의 정부기관 자금조달 담당자와 직접 거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관이 운영하는 자회사들을 상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무역업에서 5백만달러였던 반면 금융중개업으로 4천5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성 부회장은 『홍콩 반환으로 홍콩과 중국간 거래가 쉬워질 것이기 때문에 금융중개업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한다. 성 부회장은 또 홍콩 반환후 홍콩과 심천특구간의 왕래가 간편해질 것이라고 판단, 현재 과거 최고시세의 절반으로 떨어진 심천의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공격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금호그룹이 중국기업과 합작투자, 심천에서 고속버스사업을 하고 있는 신금호 기차유한공사도 홍콩반환을 일대 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다. 신금호는 지난 95년 말부터 광동성의 성도인 광주와 심천을 잇는 광심고속도로에 30대의 고속버스를 운행, 지난해 중국돈으로 7천만위안의 매출에 무려 3천만위안의 순익을 올렸다. 탑승률 92%인 광주­심천 노선의 승객 60%가 홍콩에서 심천을 거쳐 광주를 드나드는 기업인들이다. 홍콩반환으로 홍콩과 중국 남부의 광동성간 유동인구가 급증할 것은 뻔한 이치. 신금호는 중국남부지역과 홍콩간 노선을 따내는 방안을 심각히 고려중이다. 이외에 중국의 5개 경제특구중 하나인 산두와 심천간 노선에 50대를 운행시킬 계획이다. 최성채 신금호 총경리(사장)는 『성정부에서 신규 노선권 제한, 양호한 터미널 진입 불허 등 합자기업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이에 대해 『고속버스사업 법규제정을 관계기관에 독촉하는 등 재무력을 갖춘 대형업체만이 안전한 승객수송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삼성건설 대만지사도 대만의 석유화학재벌 포모사 그룹이 조성하고 있는 석유화학단지에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공장 건설을 8천6백만달러에 수주받는 등 홍콩반환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대만정부가 홍콩반환이 다가오면서 대만 대기업의 대규모 대중국 투자에 대한 제동을 강화하는 대신 대만에의 투자를 유도하면서 고웅시 지하철, 민자발전소 등 현재 대만에서 진행중인 대형 프로젝트의 규모는 1천억달러에 이른다. 연간 매출 2억달러 이상인 대만업체는 20여개 남짓. 김헌홍 삼성건설 대만지사장은『대만업체는 대형 프로젝트에는 적합치 않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 연간 3백억달러에 달하는 대만 건설시장은 재무력과 관리능력을 갖춘 한국기업에 유리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대한무역진흥공사 안재건 대만 무역관장은『92년 단교 이후 대만정부가 한국기업에 60만달러 이상의 공사입찰에 제한을 가해오던 관행이 홍콩반환이후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라고 말한다. 「홍콩반환은 새로운 기회다」. 홍콩반환의 영향권내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 대부분은 97년을 도약의 해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홍콩 무역흑자는 1백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기업은 반환되는 홍콩을 「뜀틀」로 삼아 중화경제벨트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터뷰/오창석 무공 홍콩무역관장/5년간은 현상유지 정책/경제적측면 불안 없을것 『홍콩의 중국반환에 대한 낙관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민갔던 홍콩인들이 다시 홍콩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오창석 홍콩 무역관장은 홍콩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일례로 들면서 이처럼 반환후 홍콩장래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친다. 홍콩 무역관은 홍콩뿐 아니라 인접한 심천특구 등 중국남부 일부 지역까지 관할하고 있다. 대구시 시장개척단이 중국 광동성 동완시에 12만평 규모의 대구 공단부지를 조성한데 이어 최근 경기도 시장개척단이 방문, 홍콩 바이어들과의 자리를 주선하는 등 홍콩무역관은 반환전에 터를 잡으려는 우리 기업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어느 때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홍콩반환을 앞두고 우리 기업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가. ▲홍콩 장래에 대한 비관론이 없지는 않지만 사업기회를 만들어 보려는 회사들이 그칠새 없이 홍콩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무래도 홍콩이 중국으로 귀속되기 전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모든 것이 수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 기업의 홍콩러시는 특히 금융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5월 67개이던 금융기관이 지난해 말 현재 77개로 늘어났다. ­우리 기업들의 홍콩러시는 홍콩반환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것을 의미하는가. ▲중국이 어느 수준의 홍콩자치를 용납할 것인가, 그동안 중국소식을 중국언론보다 먼저 보도했던 홍콩언론에 얼마나 재갈을 물릴 것인가 하는 원론적인 걱정은 남아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의 우려는 없어졌다고 봐도 좋다. 오히려 중국 위안화가 5년내 홍콩에서 태환이 허용될 것으로 보여 홍콩 외환시장의 일대 도약이 예상된다. 이미 중국 남부지역인 광동성에서 홍콩달러화와 위안화는 태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적으로 홍콩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 ▲중국 정부는 대만을 염두에 두고 홍콩에 1국가 2체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반환후 홍콩에 최대한의 자치를 보장, 성공적인 모델케이스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올 10월 중국에서 5년주기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최되고 지난해 대만의 이등휘 총통이 5년 임기로 취임해 앞으로 5년간은 현상유지 정책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관련기사



이병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