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예금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며 환차익을 노린 기업과 개인이 달러 예금에 뭉칫돈을 예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은행은 지난 8월 말 현재 거주자 달러화 예금 잔액이 427억1,000만달러로 전월보다 22억8,000만달러(5.6%) 증가했다고 밝혔다. 통계가 집계된 2003년 1월 이후 12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은 액수다.
이는 환율이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에 환차익을 노린 기업과 개인이 달러화 예금을 늘린 여파다. 예컨대 1달러에 1,000원일때 달러화 예금에 가입한 투자자는 이후 환율이 1,200원으로 상승하면 20%의 수익률을 올리게 된다. 8월 초 1,150원선이던 환율은 8월24일 1,199원까지 치솟았으며 1,200원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무성했다. 실제 환율은 이달 7일 종가기준으로 5년 2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했다.
반면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위안화 예금 잔액은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 8월 말 현재 106억3,000만달러로 전월보다 36억8,000만달러(25.7%) 급감했다. 잔액은 지난해 4월(99억1,000만달러)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적다. 중국 주식시장 급락으로 위안화 투자 심리가 차갑게 식은 탓이다. 또 중국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고금리 혜택을 기대할 수 없게 됐으며 위안화 평가 절하로 환차손 우려가 커진 것도 위안화 예금 잔액이 줄어든 이유다.
달러 예금이 늘었지만 위안화 예금 감소폭이 워낙 커 전체 외화예금 잔액은 500억달러대로 하락했다. 8월 말 잔액은 596억9,000만달러로 전월보다 11억8,000만달러(1.9%) 감소했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일본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엔화 예금이 2억3,000만달러(8.6%) 늘어난 2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유로화는 소폭(2,000만달러) 감소한 21억1,000만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