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 직접 당해보니

나도 모르게 8개월간 15만원 결제 결제내역 본인 통보도 필요없어 곳곳이 구멍·유사 피해자 수만명

소액결제 원하는 사람만 허용하고 공인인증서 등 본인확인 강화해야 당장은 결제서비스 차단이 최선

안의식 디지털미디어부장


지난 1월25일 오후1시14분. 한 통의 문자가 날라왔다.

[보보파일] 19,800원결제/익월요금합산청구[다날].

보보파일? 영화 다운 받는 사이트 같기는 한데 … 하지만 처음 본 사이트였다. 인터넷을 뒤져 전화(1600-4860)를 걸었다. 내가 지난해 6월 이 사이트에 가입했다고 했다. 매달 1만9,800원을 내고 영화를 다운 받는 자동결제 상품에 가입했다는 설명이다.


말로만 듣던 휴대폰 소액결제 사기에 나도 당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살펴봤다. 지난해 6월 1만6,500원, 7월 이후부터는 매달 1만9,800원이 휴대폰 자동결제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매달 청구업체명은 달랐다. 6월에는 무비원, 7월에는 ondu, 8월과 9월에는 커피, 10월에는 조아필름, 11월에는 유투빌, 12월에는 무비싹, 올 1월에는 보보파일이었다. 이중 무비원, 커피는 아예 사이트 연결이 안 됐다. ondu·조아필름·무비싹·보보파일은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였는데 전화로 물어보니 모두 보보파일로 통합됐다는 설명이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내가 지난해 6월에 휴대폰을 통해 자동결제 상품에 가입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나는 가입한 적도 없고 또 그 서비스를 이용한 실적도 없다. 이 같은 점을 얘기해도 "분명히 가입했다"는 설명이 반복해서 돌아왔다. 그래도 내가 계속 이의를 제기하자 "그러면 이달 치 환불에 추가로 2개월 치는 더 환불해주겠다"는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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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황당해 과연 이 같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봤다. 입이 딱 벌어졌다. 네이버 카페의 '휴대폰 소액결제 민원해결센터 소액결제 8585'를 보니 가입자수가 22만명을 훨씬 넘었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금융사기사건이 수만명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되풀이되고 있을까.

먼저 허술한 휴대폰 소액결제 시스템 때문이다. 현재 모든 휴대폰 가입자들에게는 30만원 한도로 휴대폰 소액결제한도가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3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창구가 열려 있는 셈이다. 여기에 주민번호·휴대폰번호와 나의 휴대폰 인증번호만 있으면 결제(출금)가 된다. 스미싱·해킹 등으로 인증번호만 알면 본인도 모르게 돈을 빼 나갈 수 있다. 자동결제는 더 허술하다. 주민번호와 휴대폰번호만 있으면 된다. 한번 자동결제가 이뤄지면 몇 달이든, 몇 년이든 계속 소액결제로 돈을 빼낼 수 있다. 본인에게 결제내역을 통보할 필요도 없다.

둘째, 당국의 무관심이다. 소액결제 피해가 속출하자 이제서야 대책마련에 나섰다. 관련 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서 논의 중이다. 30만원 소액결제한도도 올 9월부터는 동의 여부를 묻고 부여한다고 한다. 신규가입자에 한해서 그렇다. 하지만 기존가입자도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만 소액결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자동결제시 결제단계에서 본인에게 문자로 통보해주는 제도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본인인증을 더 강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문자(SMS) 인증번호뿐 아니라 공인인증서·아이핀 등 추가 본인확인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소액결제 피해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업체에 대한 조사와 범법사항 적발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다날 등 결제대행업체와 이통사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들은 콘텐츠 제공업체(CP)의 결제청구가 들어와 청구대행·결제대행을 해준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들도 수수료 등으로 이득을 본다. CP와 이익공동체인 것이다. 따라서 소액결제 사기가 적발되면 이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단순 청구대행·결제대행이 아니라 소액결제 청구의 정당성, 적법성을 스크린하는 장치를 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휴대폰 가입자 스스로의 주의이다.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아예 소액결제 차단을 요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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