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라 노“평생 옷 만드는 일만 했는데 제 인생이 ‘라비앙 로즈’래요”

영화 ‘노라 노’ 기자 간담서 <br>한국 패션디자이너 1세대 ‘노라 노’ 인생 패션史 등에 <br>1940~70년대 정치 경제 사회 상 등 녹여내 <br>’미니 스커트 논쟁’ 등 에피소드 재미있게 그려



“제 인생은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고 평생 옷 만드는 일만 했는데, 제 인생을 ‘라비앙 로즈’라고 하네요.”

다큐멘터리 영화 ‘노라 노’의 주인공 패션디자이너 노라 노(85·본명 노명자)는 16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패션디자이너는 노동자”라며 “지금도 하루 종일 실내에서 일을 해서 햇빛 볼 기회가 별로 없다”고 전했다.

‘라비앙 로즈’는 노라 노의 패션사 60년을 담은 전시회로 고객들이 기증한 옷들이 전시됐다.

영화 ‘노라 노’는 우리나라 패션디자이너 1세대 노라 노, 그가 만들어낸 옷 그리고 그의 옷에 대한 철학을 통해 여성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노라 노는 1956년 국내 최초 패션쇼를 열었고, 가수 윤복희에게 ‘문제적’미니스커트를 입힌 장본인(?)이기도 하며‘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기성복을 만든 ‘한국의 코코 샤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노라라는 이름에서 짐작되듯 ‘노라’는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의 주인공 ‘노라’에서 따왔다. 그는‘노라 노’라는 예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학창 시절 처음 읽었던 원서 작품이 ‘인형의 집’이었다”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 영어 이름이 있어야 한다고 했을 때 ‘노라’가 떠올랐고 ‘노라 노’라고 발음해 보니 받침이 없어 사운드도 쉽고 좋아서 선택했다”고 전했다.


또 이 자리에 배석한 김성희 감독은 “연분홍치마라는 단체를 아시는 분들은 저희의 여섯번째 작품‘노라 노’에 대해 의아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며 영화를 만든 계기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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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이어 “게다가 전작이‘두 개의 문’이어서 ‘노라 노’라는 작품이 저희 단체와 맞지 않게 느꼈을 수 도 있다”며 “패션이 소비의 문제로만 생각될 수 있지만 저희의 맥락에서는 결을 같이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간 여성주의 문화활동을 진행해왔고 그 맥락에서 여성인물의 발굴 혹은 여성 문화 여성 역사 쓰기라는 테마를 주로 고민해왔는데 그런 맥락에서 노라 선생님도 그 시대를 그 여성들을 그 문화를 노라 선생님과 함께 담아낼 수 있는 좋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노라 노와 노라 노의 패션사를 회고하는 전시회 ‘라비앙 로즈’를 기획한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의 내레이션을 통해 흘러간다. 제작 기간은 3년이다. 노라 노는 김 감독에게 이제 그만 좀 쫓아다니라고 몇 번이나 타박을 했다는 후문이다.

노라 노의 출생, 어린 시절, 결혼, 이혼, 유학 그리고 한국 패션디자이너 1세대로서 활약하는 그의 커리어가 순차적으로 연출됐다. 그리고 1928년 생인 노라 노의 시대적 운명을 보여주는 세계2차 대전, 산업화, 5.16 등 역사적 사건 속에서의 노라 노를 보여준다.

또 60년대 시대상과 여성상을 보여주는‘미니스커트 논쟁’을 담은 신문기사 등을 보여줌으로써 2013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또한 신문 기사에 등장하는 ‘직업 여성’이라는 단어가 당시에는 ‘working woman’을 의미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언어의 변천이 생소해 눈길을 끈다.

게다가 영화에는 보기 힘든 최은희, 최지희, 윤복희, 펄 시스터즈 등 원로 배우 가수들의 모습까지 담겨 있다. 특히 배우 최은희는 이제는 클로즈 업을 허락하지 않음에도 이번 촬영에서는 늘 쓰고 다니는 선글라스도 벗고 클로즈 업도 허락했다.

여성주의 맥락 그리고 다큐멘터리. 두 개의 조합만으로는 영화를 보는 재미가 그닥 느껴지지 않을 테지만 여성주의 맥락 다큐멘터리 ‘노라 노’는 러닝 타임 내내 잔잔한 웃음을 만들어냈다고 장담할 수 있다.

한편‘노라 노’의 메인 포스터는 포스터의 단독 모델인 조민수는 재능 기부로 촬영됐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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