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문화산책] 기업메세나

황원갑 <소설가>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을 가리켜 메세나라고 한다. 근래 나라 안팎으로 경제적 여건이 매우 어려운 형편임에도 기업 메세나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는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지만 그동안 경제적 성장에 비해 문화예술 분야는 상대적으로 경시당하고 위축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문화예술 분야인 문학ㆍ미술ㆍ음악ㆍ영화, 그리고 출판과 공연 등이 이른바 세계화 추세에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돈이 없기 때문이다. 예술과 돈을 결부시키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배가 고파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것도 옛말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의 경우 관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스크린쿼터가 엄존하는 형편이고 천문학적 금액이 소요되는 할리우드식 대작은 먼 뒷날의 이야기다. 미술과 음악은 몇몇 유명인을 제외하면 아직도 수 많은 화가와 음악가가 아까운 재능을 썩히고 있으며 문학과 출판시장은 더욱 비참하다. 원고료로 생활하는 전업작가는 겨우 열 손가락으로 꼽을까 말까 할 정도요, 출판시장은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단군 이래 최악의 불황’이라고 한다. 문화예술계가 이처럼 어려울 때에 대기업들이 의욕적으로 메세나 활동을 벌이고 있으니 이야말로 가뭄에 단비 격이라고 하겠다. 활발한 기업 메세나는 침체된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을 위해서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SK는 지난해에 SK텔레콤 내에 사회공헌팀을 신설했고 곧 이어 재단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쌍용자동차는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후원할 계획이며 CJ도 금난새씨가 이끄는 유라시안필하모닉에 2년간 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삼성문화재단을 통해 예술인ㆍ언론인의 저술출판을 꾸준히 지원해온 삼성도 사회공헌활동을 더욱 활발히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메세나와 사회공헌활동을 벌인다면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숨통도 어느 정도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정부까지 보다 적극적인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펼쳐준다면 금상첨화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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