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故) 제정구 전 의원의 유족에게 국가가 8억원을 배상하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한규현 부장판사)는 제 전 의원의 부인 등 유족 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관들이 제 전 의원을 체포·구속하면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수사과정에서도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이 반국가단체를 구성했다는 허위사실을 언론에 공표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오히려 가해자가 돼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국가배상법에 따라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 측은 소송 과정에서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민청학련 사건 조사 결과가 발표된 2005년으로부터 소멸시효(3년)가 지나 청구권이 사라졌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족을 보호할 필요성은 매우 큰 반면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위자료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고 불공평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대 국사학교 4학년생이던 제 전 의원은 이철ㆍ유인태 전 의원 등과 함께 유신헌법 반대, 긴급조치 철폐를 목적으로 만든 모임 때문에 비상보통군법회의에 넘겨져 긴급조치ㆍ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예비음모죄로 1974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빈민 운동에 투신하다 14ㆍ15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1999년 세상을 떠났으며, 그의 부인이 재심을 청구해 작년 2월 서울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총 1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