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그룹, 해외사업 등 잇단 차질 우려

주요 행사 일정 조정·축소 진행 불가피… 수사 장기화땐 그룹 경영 전반에 차질 우려도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미국 방문일정을 마치고 귀국, 일단 경영에 복귀했지만 비자금 등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현대차그룹의 국내외 주요 사업에 잇따라 차질이 우려된다. 현대차그룹은 가급적 당초 계획대로 주요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주요 행사의 일정 조정이나 축소 진행이 불가피한 데다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에 따라서는 사업 지연 등으로 인해 그룹 전체의 경영에 지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주요 행사 일정 조정.축소 진행 불가피
10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 회장과 중국 고위 관계자 등 양측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제2공장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어 내달 17일에는 역시 정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체코 노세비체에서 8억-10억유로를 투자해 연산 30만대 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기공식을 개최키로했다. 기아차는 이달 26일 예정됐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을 내달 중순으로 연기했다. 국내에서는 기아차가 오는 13일 야심작인 카렌스 후속 'UN'(프로젝트명) 신차발표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며, 현대차도 준중형 아반떼XD 후속 'HD'(프로젝트명)를 이달말 부산모터쇼에서 공개, 시판하는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그러나 검찰의 이번 수사로 인해 정 회장의 이들 행사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해 행사를 축소 진행하거나 연기해야 할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8일 정 회장 귀국 직후 소환 일정에 대해 "지금 하고 있는 수사를 마무리지은 뒤에 한다. 며칠 걸릴 것 같다. 다음주에 곧장 부르기는 쉽지 않을 거다"고 말해 정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빨라야 이달 17일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장 18일 현대차의 중국 제2공장 착공식은 정 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설영흥 중국사업담당 부회장 주재로 열리거나 일정을 연기해야 할 처지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제2공장 착공식에 정 회장이 참석한다는 전제하에 베이징시장을 비롯한 중국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했는 데 회장이 불참할 경우에는 행사를 축소하거나 연기해야 하는 처지"라며 "이 경우 신뢰도 추락 등으로 향후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도 "신차 발표회를 일정대로 개최할 예정이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규모가 축소될 수 밖에 없다"며 "더욱이 이로 인해 판매가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 장기화땐 그룹 경영 전반에 차질
수사가 일정 수준에서 조기에 마무리되면 큰 지장이 없겠지만 장기화되거나 수사 결과 정 회장의 위상 등에 변화가 있을 경우에는 그룹의 주요 경영활동에 더 큰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정 회장이 입국때 "비자금 조성은 모른다. 김재록씨는 지나가다 악수나 할 정도인 것 같다"며 관련 의혹을 일단 부인하고 있어 검찰과 정 회장측 간의 공방으로 수사가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 경우 내달 17일 예정된 현대차의 체코공장 기공식이나 중순께로 연기된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이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이 이보다 더 걱정하는 것은 이번 수사 과정이나 결과로 정 회장의 위상 등 그룹의 경영권과 구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정 회장을 소환할 경우 "단순 참고인은 되지 않을 것이며 조사할양이 많으면 한 두 차례 더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정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향후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가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어느 한 쪽의 사법 처리로 이어질 경우 현대차그룹은 '선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시스템 경영'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삼성그룹과 비교해 "현대차그룹은 주요 사안을 정 회장이 직접 결정해 왔기 때문에 그의 자리가 비워지면 경영공백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그룹의 대규모 역점사업이 장기 표류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신인도 및 이미지 하락에 따른 판매 하락 등이 중복 작용하면서 그룹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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