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젊은이와 아오모리 사과

지난 1991년 일본 아오모리현에 거센 태풍이 몰아쳤다. 일본 최대 사과 생산지였던 아오모리 지방은 쑥대밭이 되었고 정성 들여 사과를 재배했던 농부들의 한숨과 탄식은 깊어만 갔다.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땅에 떨어졌다. 망연자실해 있는 농부들에게 마을 이장이 제안을 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10%의 남은 사과가 있습니다. '시험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 합격사과'라는 브랜드로 사과를 팔아봅시다." 농부들은 시험을 앞둔 학부모와 학생을 타깃으로 보통 사과 값의 10배를 붙여 떨어지지 않는 사과를 판매했다. 낙방을 피해갈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합격사과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오모리 농부들은 태풍으로 입은 재산피해를 모두 만회할 수 있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청년 기업가 안연정(34ㆍ여)씨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문화로놀이짱'을 방문했다. 20~30대 젊은이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전기톱으로 목재를 가공하고 있었다. "직원 13명은 모두 제 또래의 젊은이들이에요. 예술가, 공공미술 작가, 음악가 등 전공분야도 다양해요. 취직이 안된다고, 사회가 우리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푸념만 할 수는 없잖아요. 의기투합해 우리의 길을 개척해나가기로 하고 똘똘 뭉친 사람들이에요." 안 대표의 말에는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안 대표는 오 시장에게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회적기업 프로젝트에 감사의 인사를 건네면서도 보안책과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청년 사업가다운 배짱과 기개를 엿볼 수 있었다. 청년 실업사태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지난 5월 청년 실업자 수는 31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했다. 전체 실업자에서 차지하는 청년 실업자 비중도 같은 기간 34.6%에서 38.0%로 늘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좌절하는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연일 신문 사회면에 오르내린다. 어떤 젊은이들은 떨어진 사과 90%만 보고 실의에 빠진다. 아오모리 합격사과처럼, 안 대표처럼 길을 찾으면 반드시 해답은 나오게 마련이다. 청춘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희망'과 '열정'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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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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