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弗시대 IT가 연다] 해외에서 꽃피는 IT코리아
3. 미국-삼성·LG제품 대형매장 고가품 진열대 장악현지移通社·소비자 욕구 발빠른 대응주효 매력적 디자인등 바탕 고객만족도 1위 기염
[인터뷰] 조준호 LG전자 미주법인장
지난 16일 미국 샌디에이고 시내 대형 쇼핑몰.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손에 들었거나 허리춤에 걸친 휴대폰 중 열에 여덟은 뚜껑을 여닫는 폴더형 휴대폰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SAMSUNG’과 ‘LG’ 로고가 선명히 찍혀있다.
쇼핑몰 곳곳에 자리잡은 휴대폰 매장에서도 한국 휴대폰이 고가 제품 진열대를 장악하고 있는 장면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주종을 이뤘던 모토롤러와 노키아의 막대기(Bar)형 휴대폰들이 한국형 폴더 휴대폰에 자리를 내준 채 밀려나고 있었다.
“삼성과 LG 제품은 고장이 적고 디자인도 뛰어나 적극 추천하고 있습니다. 고객들도 벌써 그런 점을 잘 알고 찾아옵니다. 이를테면 LG 휴대폰은 무선인터넷 기능이 특히 뛰어납니다.”
전자제품 양판점 베스트바이의 샌디에이고점에서 휴대폰 매장을 담당하는 트리스탄 맥머레이 씨는 소비자가 품질을 더 잘 안다며 활짝 웃었다.
미국 최대의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존의 한 대리점.
진열된 휴대폰 30여종 중 삼성과 LG 제품이 절반이나 됐다. 지난해 미국시장 점유율만 놓고 보면 두 회사 합쳐 25% 내외에 불과했지만 두 회사의 약진은 소비자와의 접점인 일선 판매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부터 내리 3년간 ‘브랜드 키즈’ 선정 소비자 만족도 1위를 차지하며 브랜드 파워에서 이미 모토롤러와 노키아를 따라잡았다. LG전자도 지난해 JD파워스의 소비자만족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LG전자 미주법인 멜리사 엘킨스 PR담당 부장은 “2~3년 전에는 이곳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LG 관련기사가 월평균 10~15건에 불과했다”며 “지금은 전국 유력지를 포함, 수백건에 달해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브랜드 파워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무엇보다 현지 이통사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발 빠르게 출시하며 유행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시장에서 검증받은 세련된 디자인의 휴대폰을 신속하게 출시하며 시장을 파고들었다. 컬러 휴대폰이나 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MMS) 휴대폰, 카메라폰, 최근의 고속통신망(EV-DO)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미국 소비자들을 열광시키며 새로운 유행을 창출해 낸 제품들은 예외없이 삼성과 LG의 휴대폰이었다.
피터 스카진스키 삼성전자 정보통신 미국법인(STA) 부사장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이통사들의 서비스에 맞춰 가장 먼저 신제품을 출시해 오면서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고 말했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 있어 일차적인 고객은 바로 이동통신사다. 이통사들은 제조사들에게서 휴대폰을 공급 받아 유통시키기 때문이다. 수시로 변하는 이들의 정책에 따라 휴대폰 판매량은 극과 극을 오간다.
삼성전자는 시장진입 초기 PCS 사업자인 스프린트를 공략했고 LG전자는 버라이존의 문을 두드렸다. 품질에서 시작된 신뢰는 꾸준히 이어졌고 이들은 스프린트와 버라이존의 전체 휴대폰 라인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다른 이통사들이 삼성과 LG의 휴대폰을 찾기 시작한 것은 당연했다.
댄 그라락 LG전자 미주법인 부사장은 “이통사들은 LG 휴대폰의 매력적인 디자인, 편리한 사용자환경, 다양한 라인업, 가격경쟁력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그들의 요구에 항상 귀기울이며 만족을 주려고 노력해 ‘LG와는 함께 일하기가 편하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스프린트의 PR 매니저인 록시 라미레즈 쓴?“삼성은 독특한 디자인과 뛰어난 액정화면, 다양한 라인업 등의 강점을 갖고 있다”며 “조만간 삼성이 노키아, 모토롤러를 완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프린트-삼성전자 인연삼성 8년전 美진출때 단말기 공급 길터줘 "함께 커온 친구관계"
미국의 PCS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와 삼성전자의 인연은 각별하다. 국내에서 모토롤러를 꺾고 기세가 오른 삼성전자가 미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96년. 세계 휴대폰 업계의 신생아나 다름없던 삼성전자였지만 스프린트는 3년간 PCS 단말기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국내 KTFㆍLG텔레콤과 같은 CDMA 방식의 PCS 사업자인 스프린트로서는 CDMA 단말기로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삼성전자가 필요했고, 삼성전자로서도 몇 없었던 CDMA 사업자 중 하나였던 스프린트가 절실한 수출 대상이었던 것.
97년 CDMA 휴대폰을 스프린트에 처음 수출하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98년 버라이존, 2001년 T-모빌, 2002년 싱귤러 와이어리스, 2003년 AT&T 와이어리스 순으로 미국내 5대 이통사에 휴대폰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내에서 스프린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1년 83%에서 2004년 현재 33%로 급격히 낮아졌다. 5대 이통사로 거래선을 다변화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스프린트 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61%에 달한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PR 담당자 신디 장은"삼성과 스프린트는 걸음마 시절부터 함께 커 온 친구 같은 관계"라고 말한다. 스프린트의 PR 매니저 록시 라미레즈 씨도 "삼성과는 깊고도 성공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삼성은 스프린트와 함께 성장하며 모토롤러, 노키아에 뒤지지 않는 브랜드 파워를 쌓았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4-07-21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