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심하고 있다. “(재벌의 바람직한)지배구조에 대해 아직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나도 혼돈스럽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속 뜻을 헤아리기 위해서다. 특히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재벌개혁의 속도와 수위도 영향받을 수 있다는 점에 공정위는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을 바라보는 공정위와 재계의 해석도 엇갈린다.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배구조를 언급하며 “국민은행과 KT, 포스코,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있지만 어떤 것은 공기업에서 출발했고, 어떤 것은 사기업에서 출발했다. 또 삼성은 그 나름의 지배구조를 갖고 탄탄하게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지만 합리적인 모델에 관해서는 누구도 답을 안주더라”고 덧붙여 바람직한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해 뚜렷한 방향을 아직 정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삼성을 중심으로 하는 재벌쪽은 이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대선(大選)전부터 줄기차게 재벌개혁을 강조해왔지만 현실을 중시하며 재벌정책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재벌개혁 쌍두마차로 불려온 공정위와 금융감독위원회는 난감한 반응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지주회사제도, 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 등 민감한 재벌개혁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는 민관합동타스크포스(TF)가 가동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어떤 형태로든 정책에 반영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현실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 당국자는 “결국 9월까지 일정을 갖고 있는 타스크포스를 통해 충실하게 재벌개혁방향을 짜라는 메시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