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하기 좋은나라

미국은 제 2차세계대전 종전 후 소련과 함께 세계를 이끌어 가는 슈퍼파워로 등장했다. 경제력이나 군사력을 비롯한 총체적인 국력뿐 아니라 민주주의 등 제도면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국가로 평가됐다. 하지만 50~60년대 당시 미국의 민주주의는 현재 시점에서 평가하면 상당한 결함을 안고 있었다. 존 F. 케네디가 대표적인 사례다. 케네디는 지난 60년 닉슨 공화당 후보와 접전을 펼친 끝에 3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의 대통령 당선에는 부정선거가 큰 몫을 했다. 미국 전역은 아니라도 시카고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마피아가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갱들이 투표장에 따라 들어가 유권자에게 총구를 들이댄 채 케네디를 찍으라고 강요했다. 아버지 조셉 케네디가 마피아와 구축한 오랜 유착관계가 그 배경이었다. 지금은 미국에서 이런 부정선거는 꿈도 꾸지 못한다. 미국뿐 아니라 민주주의 제도가 나중에 도입된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운영면에서 다소간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웬만한 나라라면 부정선거는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필요성도 크게 작용했다. 이제는 민주주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구촌 대다수 국가들이 무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들의 운영체제를 거듭 정비해 나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들조차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면서 이제는 `패거리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의 전형`이라는 불명예스런 낙인을 떼어버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전부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아직은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한다. 대표적인 예가 노동문제다. 정부의 거듭된 다짐에도 노동정책에 대한 우려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 사태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 대해 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런 우려의 결과가 바로 청년실업문제다. 현재 20대 실업자는 무려 40만명을 웃돈다. 전체 실업자 가운데 절반이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면 뭐 하나.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고학력 실업자`라는 딱지뿐이다. 결국 해답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능하다면 값이 싼 젊은 노동력을 사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제도는 청년 취업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해고여건이 어려우니 고용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진정으로 국가경쟁력 제고를 원한다면 정공법을 써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투자자보호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택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보다 강해지고 국민의 삶도 풍요로워질 수 있다. <정문재(경제부 차장)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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