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 옴진리교 사건 ‘길고 긴 10년’

1994년 도쿄(東京)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사건을 저질렀던 종말론 종교단체 `옴 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ㆍ48) 피고인에 대한 1심 판결이 27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내려진다.일본 검찰은 지하철 사린 가스 살포 등 13건의 테러ㆍ살인 사건으로 모두 27명이 숨진 일련의 옴 진리교 범죄를 모두 아사하라가 주모ㆍ지시했다고 보고 지난해 4월의 논고 때 “일본 역사상 가장 흉악한 범죄자”라며 살인을 구형했다. 범행에 가담했던 그의 제자들 중 11명에게 이미 사형판결이 나왔고 아사하라의 지시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에 그에게도 사형판결은 확실해 보인다. 무차별 동시다발 테러의 원형으로 꼽히는 지하철 사린 테러는 `안전신화`를 자랑하던 일본의 치안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또 1996년 4월 아사하라에 대한 공판 개시 이후 판결까지 무려 7년 10개월이나 걸리면서 일본의 사법제도에 대한 수많은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공판은 지난해 10월 결심까지 256회 열렸고 공판시간 1,292시간 중 1,258시간이 552명의 증인심문에 소요됐다. 검찰측은 “교세 확대로 지배욕을 부풀리고 스스로 군림하는 `옴 국가`의 건설을 기도했다”며 “교의상 살인이 정당화됐고 모든 사건을 아사하라가 지시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아사하라는 “단순한 종교인으로 살인을 긍정하는 위험한 교리는 없었다”며 “제자들의 망동이 사건을 일으켰을 뿐 그가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아사하라는 첫 공판에서 기소사실 자체를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은 뒤 공판 때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주문 같은 말을 섞어가며 무죄를 주장하거나 아예 진술을 하지 않았다. 번호인들조차 그와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쟁점을 정리하지 못했고 무죄 입증을 위한 변호인측 증인심문만 계속해 공판이 장기화했다. 아사하라는 불성실한 공판태도로 5차례나 퇴정 명령을 받았고 일본 정부는 지난해 재판장기화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반영해 형사재판을 신속화하는 법안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지 않은 채 아사하라에게 서둘러 사형만 내리는 것이 진정한 재판의 목적이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돼 왔다. 여론의 압박 때문에 사선변호인이 나서지 못하고 모두 12명의 국선변호인으로 공판이 진행된 것에 대해서도 반성론이 나온다. 판결을 앞두고 경찰과 검찰에서는 지하철 사린 사건 이전의 몇 가지 범죄 배후에 옴 진리교가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종교법인이라는 이유로 강제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던 경위를 되돌아보는 자료도 반성론도 나오고 있다. 유족들은 “아사하라의 입에서 범행의 이유와 반성ㆍ사죄의 말을 듣지 못하는 한 사형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경찰은 아직도 남아 있는 신자들이 소란을 일으킬 것에 대비해 27일 법원 주변에 기동대 400여명을 배치해 경계를 할 예정이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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