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프랑스의 최대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는 미국 정부에 무려 90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이 이란 등에 대해 시행 중인 경제제재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 2012년 봄.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 측에 이란산 원유 구입량 감축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고유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란제재에 동참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핵무기 개발 문제 등을 놓고 36년간 이어진 미국 등 서방의 이란제재가 국제 경제에 미친 단면이다. 이란은 중동 제1의 제조업국이자 세계 4대 원유 매장국이며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15~18%를 보유한 자원부국이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우라늄 농축시설 보유 사실 폭로로 경제제재의 굴레에 갇히면서 세계 각국은 이란과의 상업·금융거래와 투자를 꺼려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이란과 서방 주요국 등 간 핵협상이 타결에 한 발짝 더 다가서면서 이란 시장이 활짝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CNN은 1일 "이란 핵협상이 거대한 경제적 기회를 깨울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30여년간 고립됐던 (이란) 경제권에서 기회를 잡으려 나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경제제재 해제 시 천연자원 등에 대한 투자기회가 활짝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이란에는 석유와 천연가스뿐 아니라 세계 9위 수준의 구리 19억톤이 매장돼 있다. 이밖에 철광석 28억톤(세계 12위), 납 및 아연 2억2,000만톤(17위), 석탄 5억5,000만톤(26위)이 이 열사의 땅 밑에 묻혀 있는 상태다.
중동 2위의 인구 대국(8,000만여명)인 이란이 이 같은 천연자원 등을 기반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대외상품 수출에 박차를 가하면 그만큼 국민 경제 수준이 향상돼 내수시장도 활짝 열릴 수 있다. 석유 등을 팔아 번 오일머니로 이란정부가 낙후된 각종 사회기반시설(SOC)을 확충하고 유전개발에 나서면서 뉴딜정책을 펴면 전 세계 건설, 석유, 산업 원자재 및 기계업종 등에도 적지 않은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블룸버그도 "이란 해빙이 철강업계에 600억달러의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며 특히 경제제재가 강화되기 전인 2007년까지 이란에 수출을 해온 아르셀로미탈 등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역으로 이란 경제제재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방증하는 분석이기도 하다. 미국은 1979년 이란 학생들의 현지 미 대사관 습격 및 인질사건을 계기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시작했으며 1995년부터 핵 개발 등을 문제 삼아 경제적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06년·2007년·2008년·2010년에 걸쳐 네 차례나 이란제재에 나섰고 유럽연합(EU)도 2007년부터 이란 경제봉쇄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란 경제의 젖줄인 석유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블룸버그의 데이터자료를 보면 하루 평균 300만배럴대를 기록하기도 했던 이란의 원유생산량은 100만~200만배럴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란은 아랍권 내에서 제조업 기반이 가장 탄탄했던 국가였지만 국제사회의 경제 옥죄기 여파로 산업기반을 잃어버리면서 최근에는 내수시장마저 중국·인도 등의 저가제품에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한때 조립생산 방식이나마 자국 내 생산기반을 갖추기도 했으나 현재는 관련 업계가 고사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세계 경제계의 관심은 이란의 경제제재 완화 수준과 속도가 어느 정도인가에 쏠리고 있다. 이란은 서방 등에 대해 즉각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경제제재를 풀어줄 것을 요구해왔다. 반면 서방 측 협상국들은 이란이 협상 합의내용 파기 시 다시 제재를 되돌릴 수 있도록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다만 그 속도와 폭이 어느 정도가 됐든 이란 경제제재 해동은 침체된 세계경제에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경제제재가 가져올 석유시장의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세계 4대 매장량을 보유한 이란이 대규모로 원유 수출에 나선다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20~30달러선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석유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란의 3~4대 수입국인 만큼 이란 경제회복이 한국의 수출실적 증대에 적지 않은 호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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