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영화와 TV를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을 전격 개방키로 했지만, 국내 업체들은 면밀히 사태추이를 지켜보는 수준에서 `정중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는 기대감보다는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인 것. 무엇보다 중국의 미디어 관련 산업이 50여년동안 국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아온 만큼, 앞으로 개방 수위를 조절할 후속 정책들을 기다려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이번 개방으로 외국 투자자들은 기존 중국 미디어 업체를 인수하거나 합작사를 세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방송 부분의 중국 진출은 지상파 방송국들과 케이블 방송채널 사용업자(PP)들이 제작한 드라마와 연예 관련 프로그램 수출이 주를 이뤘던 게 현실이었다. 중국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한류의 돌풍 속에서 몇몇 유명 스타들을 내세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 도전해 왔다.
그러나 홈쇼핑을 제외하고는 관련 업체들의 움직임이 당장 활발해질 것으로 보긴 어렵다. 국내 지상파 업계는 지난 해 드라마 수출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지만, 아직은 사업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대만이나 홍콩 등의 범화교권 방송 자본들이 이번 개방에 큰 관심을 보일 거라 전망하면서 몇몇 스타 위주의 한류 열풍만으로 중국 제작 시장을 뚫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지에 방송 콘텐츠 제작사를 설립하더라도 한국 프로그램의 로케이션 제작 개념에서 벗어나 `완벽한 중국 프로그램`으로 승부해야만 경쟁력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희설 SBS 경영기획팀장은 “지금으로선 드라마 등 프로그램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프로그램 수출의 가장 큰 장벽인 중국의 수입 제한 쿼터를 피해갈 순 있지만, 현지에 투자한 만큼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지상파보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케이블 관련 업체들 또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는 CJ미디어와 온미디어 등 대기업 채널업자들이 몇몇 음악 관련 콘텐츠과 홈쇼핑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수준이다.
케이블 업체들이 노리고 있는 분야는 홈쇼핑 채널부분. 올 4월부터 국내 홈쇼핑 채널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상하이 등지에서 방영이 예정돼 있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제작사들과 합작해 자체 제작사를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엠넷(m.net) 와이드 연예 뉴스`를 중국에 판매하는 CJ미디어 측은 “중국 업자들의 요청은 많지만, 제작사 설립 이외의 규정이 크게 바뀌지 않아 이윤 창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진설명-지난해 중국 등에서 192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KBS `겨울연가`
<이상훈기자 fla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