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97한국건축문화대상/심사위원장 총평

◎심사위원장 한창진/현대·고유건축 조화 중점 환경친화적 미학 높이 평가/일상적 평면·외관보다 장소성·참신성 중시/실험적·유사작품 많아 수상작 선정 어려움올해도 주거부문, 비주거부문을 합해서 63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하나같이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엿보여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다. 다만 비교 우위 원칙으로 자르고 골라내고 해서 23점의 입선작을 간추렸다. 이를 놓고 대상과 각 부분 3점씩의 본상을 골랐다. 심사의 주안점은 ▲사회적 공헌도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기여도 ▲미래지향성 ▲새로운 시도 ▲환경과의 친화성 ▲우리 문화에의 친근성 등에 두었다. 두드러진 현상은 아파트·빌라 등 공동주택의 경우 일상적인 평면·외관으로는 경쟁 대상이 되지 못하고 배치나 장소성, 참신성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비주거건축에서 우열을 가리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모두 본상 수상감인데 그중 몇 개를 고르다보니 역대 수상작과 비슷한 작품, 지나치게 독특한 실험적 건축물 등은 상에서 밀려나는 「억울함」을 겪어야 했다. 본상에 선정되지는 않았으나 아까운 작품들은 이렇다. 이화삼성교육문화관은 학교 건축물도 질적인 모색이 필요하다는 측면을 보여 주었다. 명휘원장애자재활센터는 적은 비용으로 그나마 높은 완성도를 이뤘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니콘프레지션코리아사옥은 설계자의 재주가 엿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순천향대학교 도서관은 과연 학교 도서관으로 미래지향적인가, 하는 점이 본상으로 선정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주거 부문의 신사동 K씨주택은 과감한 시도와 작가의 실험적 능력이 돋보였으나 실용성이 의문시되다는 점에서 입선에 머물렀다. 이밖에 과천의 단독주택인 자하당도 삶의 질을 높인 수작이었다. 결국 주거부문 본상작에는 삼청동주택, 웨스틴조선호텔 H빌라, 분당집합주거를 선정했다. 삼청동주택은 작가의 재주가 반짝이는 수작으로 현대건축과 우리 고유건축과의 조화 측면이나 기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웨스틴빌라는 좁은 대지와 입지 조건에도 불구하고 환경친하적인 건축미를 유감없이 발휘, 과장도 허세도 없는 매력을 지닌 집이라는 인상을 풍겼다. 분당집합주거는 밀집된 고급빌라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한 공간 배치 등의 문제가 있었으나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본상에 올렸다. 비주거부문은 코오롱타워, 분당블루힐백화점, 국민생명연수원이 뽑혔다. 코오롱타워는 첨단 인텔리전트빌딩의 전형적인 건물이면서 구조적으로도 이중 유리벽의 선택 등으로 업무 공간을 최대한으로 넓힌 작가의 의도나 기량이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블루힐은 신도시 역세권의 어렵고 까다로운 조건을 특수한 공법으로 해결했다. 주차장과 매장을 바로 연결하고 매장을 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은 고객들의 편의를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국민생명연수원은 대지 선정 때부터 설계자와 시공자, 건축주가 같이 협동했다는 측면에서 환경·장소성·삶의 질 등에서 흠잡을 데가 없는 걸작으로 뽑혔다. 뒷산을 배경으로 한 건물의 전체적인 조형처리는 설계자의 번뜩이는 재치를 엿보게 했다. 대상은 LG화학 대덕연구소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5단계 공사 총 6만여평중 2만3천여평의 공간과 일부 연구소, 탁월한 구조구사, 증축을 고려한 평면, 환경과의 조화 등 연구소로서의 기능과 건축미를 유감없이 발휘한 걸작이었다. ◎권용우 심사위원/건물은 도시성·시대성 반영/우수작품 연구풍토 조성을 건축물을 평가하는 시각은 바라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양하다. 건축가는 건축물의 작품성을 중시할 것이고 건설업 종사자는 사업성을 따질 것이며 행정관은 적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건축물이 공간을 점유하는 실체인 동시에 도시의 내용물을 가늠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볼 때 도시지리학도인 필자에게도 건축물은 아주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도시의 건축물은 도시구조 연구의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건축물은 지역성과 시대성을 반영하는 사회적 실체이다. 이러한 인식은 국내외 도시지역을 답사하면서 체험적으로 습득하고 있는 건축물에 대한 필자의 시각이다. 예컨대 서베를린의 건축물에는 자본주의논리에 의해 상업성이 깃들어 있으나 동베를린의 건축물은 노동의 생산성을 우선시하여 주거지인 「마르잔」과 생산라인이 집단적으로 연계돼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에 제출된 60여편의 작품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우선 대상으로 선정된 LG화학 대덕연구소는 기업의 사회적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싶다. 우리나라도 기량을 마음껏 펼치면서 편한하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훌륭한 연구건축물이 많이 지어져 해외에 있는 우수한 한국 두뇌들을 유치할 수 있었으면 한다. ◎황상모 심사위원/예술성에 안전성 곁들여야 건물-사람 관계에 비중을 설계도서가 완성되고 시공자가 결정되면 시공자는 건축주와 설계자가 의도하고 희망하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생산계획에 의한 시공계획을 작성하게 된다. 또 시공사는 자재를 선정·조달하고 철저한 품질관리는 물론 완성후 건물의 유지 관리에도 만전을 기한다. 따라서 우수작품상을 받은 건물은 그 건물이 존재하고 있는 한 지속적으로 기능및 건축미에 전혀 손색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의 창조적 예술성·상징성·기능성도 중요하지만 시공의 품질확보와 유지관리의 안전성 역시 건물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준공된 건축물을 심사 평가, 우수작품을 선정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도 심사 및 선정과정에서 창작 예술성에만 치우치지 않고 시공의 품질과 유지관리의 기능과 안전성까지 확보하고 있는지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명실공히 훌륭한 건축물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신망을 받게 되고 그래야만 대상의 가치가 인정되고 계속 보전될 수 있다. 주거용이든 업무용이든 모든 건물은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건물과 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심사과정에서 더욱 비중있게 다뤄야 할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주거용 건물들의 심사다. ◎이동배 심사위원/내적 충실도 진일보에 기쁨 설계·시공등 통합시각 중요 건축분야에 주어지는 상가운데 한국건축문화대상은 건축을 가장 통합적인 시각으로 평가해 수상하려 함에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고 생각된다. 설계자·시공자와 더불어 건축주를 동시에 수상대상으로 삼은 것은 바로 이러한 뜻의 반영일 것이다. 나아가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 값어치를 매김하는 상이 되려면 그 속에서 삶을 연출하는 사용자가 심사위원이면서 아울러 수상자가 되는 새로운 기준이 추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구상의 삶이 온통 인공환경으로 압도된 오늘날 개체가 아닌 공동체로서의 인류의 삶을 기리는 건축만이 궁극적 존재의의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창조가 곧 문화유산으로 태어남을 전제하는 새로운 건축문화 풍토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운영위원회가 시민단체의 대표자를 심사위원단에 초청토록 한 것은 환영받을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두해 전 심사 때에 비해 많은 수상작품들이 명쾌한 개념정리로 이지적 형태와 합리적 기능을 엮어 완결을 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내적 충실에 진일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기뻤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큰 의미의 문화적 지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박현영 심사위원/“건축물은 살아있는 생물” 멋진건물엔 자기암시 빠져 건축문화대상 심사를 끝내고 나서 자신도 모르는 어떤 충족감에 빠졌다. 평소 필자의 전공인 글쓰기를 다하고 났을 때와 같은 충족감과 가슴이 트이는 듯한 상쾌함이 밀려들었다. 인간이면 누구나 건축물, 특히 집에 대해 관심과 애착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자신의 몸을 담고 있거나 자신이 드나드는 곳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건축물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그런 면에서 건축물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을 뛰어넘는 무한의 상상력과 창조력 속에서 태어난다. 그러므로 분명히 예술 작품일 것이고 그것도 모든 예술작품 중에서 인간과 가장 밀접하고 행복한 예술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찍이 어떤 이는 「건축물은 생물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한 개의 건축물은 그 완성의 선상에서부터 생명을 부여받아 펄펄 살아나는 것임을 필자도 이번에 실감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도저히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의 건축물들도 때로 상상해서 지어보고 헐어보고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습성이라면 그런 면에서 건축이라는 예술은 가장 사랑받은 예술이랄 수 있다. 예컨대 왜 우리는 멋진 공간, 잘 지은 건축물 속에 들어가면 마치 자기가 멋지고 잘 생긴듯한 자기암시에 빠지지 않는가. □심사위원 약력 ◇한창진위원장(69) ▲한양대 건축공학과 졸 ▲제네탈엔지니어링대표 ▲서울시 건축심의위원 ▲대한건축사협회장 ▲현 한정건축대표 ◇이동배위원(56)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 ▲공학박사 ▲현인하대 건축과 교수 ▲현신공항건설공단 자문위원 ▲현건설교통부 중앙건축위원 ◇황상모위원(61) ▲한양대 건축공학과 졸 ▲공학박사 ▲럭키개발 부사장 ▲현한양대 겸임교수 ▲현LG건설 기술자문 ◇권용우위원(47) ▲서울대 지리학과 졸 ▲문학박사 ▲현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 ▲현미국 미네소타대학 객원교수 ▲현경실련 도시계획센터 운영위원장 ◇정 훈위원(53) ▲고려대 법대 졸 ▲한국일보 주일특파원 ▲한국일보 국제부장 ▲서울경제신문 사회부장·문화부장·부국장 ▲현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박현령위원(57) ▲경희대 대학원 졸 ▲KBS프로듀서·시사통신사 기자 ▲시인, 윤동주문학상 본상 수상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현추계예대 출강 ◇김무언위원(53)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 ▲신아건축연구소 대표 ▲신건축연구소 대표 ▲현하나그룹 대표 ▲현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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