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 국난극복 사례와 우리의 대응전략/「경제를 살리자」 대토론회

위기에 놓인 우리경제를 살리기 위해 범국민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서울경제신문은 대한상의와 공동으로 9일 하오 서울 상의회관 회의실에서 「경제를 살리자­외국의 국난극복사례와 우리의 대응전략」이란 주제로 2차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덕수 통상산업부차관과 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안병우 재정경제원 제1차관보,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 조동성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효성 대한상의 부회장, 김진동 본지 주필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주제발표자들과 함께 외국의 국난극복사례를 분석하고 우리경제의 회생방안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소개한다.<편집자주>◎우리의 대응전략/“금융개혁,불황극복 뒷받침”/재할인·창구지도 통한 금리인하 한계/해외자금도입 자유화 등 규제완화 주력/한덕수 통상산업부 차관 각국의 국난 극복사례를 보면 몇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정부는 시장기능에 의한 경제의 효율성증대에 초점을 두고 각종 제도를 개혁했으며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높임으로써 산업기반을 강화했다. 정부부문의 비효율성제거로 공공부문의 생산성을 높였다. 이들 국가는 정부와 민간의 공동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제2의 경제도약을 도모할 수 있었다. 성장둔화와 무역수지악화 등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근본적으로 우리경제의 체질이 대내외 여건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데 기인한다. 각종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경제의 효율성이 저하됐다는 얘기다. 따라서 고비용·저효율구조의 과감한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산업의 체질개선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경제가 환경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경제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운영의 틀을 바꾸어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경제의 기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제거하고 규제수단과 방법을 효율화해야 한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유치 및 금융개방 등을 통해 개방경제체제의 내실있는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정리하고 공공부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제 정부는 우리경제의 문제점들을 대부분 파악한만큼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에 옮길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이 금융개혁이다. 금융개혁으로 시장기능을 통한 자금수급조절기능을 회복,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금융기관 창구지도나 재할인 등 한국은행의 지원을 통한 금리인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금리인하는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자금의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달성돼야 한다. 이를위해 금융산업도 원칙적으로 규제완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시장기능이 강화되도록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기관간 세분화된 업무영역도 없어져야 하며 진입자유화와 경영자율성제고 등을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촉진기반이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입위주의 대형투자사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견제기능은 강화되어야 한다. 해외부문의 조기자유화를 통해 기업의 저리자금 활용기회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기업의 경쟁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해외자금부문은 시설재도입용을 중심으로 조기 자유화를 실시해야 한다. 이와함께 산업부지의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농지와 임야의 비중이 전국토의 88%에 달하는 반면 공장용지는 0.4%에 불과해 만성적인 공장용지 부족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단지 분양가는 일본의 평당 1백10만원보다는 싸지만 미국의 9만5천원, 영국의 20만3천원 등에 비해 훨씬 비싼 38만원선이다. 따라서 농지와 수도권입지의 문제해결없이는 우리 공장을 해외로 보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수도권지역에 입지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수도권집중 억제시책을 유통·판매·향락·체육시설 등 서비스업종에는 관대하게 운영하고 있는 반면 공장과 대학 등 생산적 시설에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데 따른 측면이 크다. 이 결과 수도권산업구조가 소비지향적 3차산업위주로 변화됐다. 생산액구성비로 본 3차산업의 수도권에서의 비중이 93년 현재 69.9%에 이르고 있다. 수도권입지 억제정책은 지방경제의 활성화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지방경제와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의 예산을 과감히 늘리는 한편 민자를 유치해 지방에서의 사업이 불편하지 않도록 지방정부에 대폭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노동및 교육개혁도 시급하다. 우리경제의 경쟁력확보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각국은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교육제도를 만들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교육개혁을 통해 시장개념과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토록 정부역할을 재정립해야한다. 전인교육과 인격함양이란 전통적 교육목표보다는 산업전문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시장기능에 의한 인력수급이 이뤄지도록 대학정원을 자율화하고 대학설립에 대한 형식적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특히 기술 및 공업인력공급확대를 위해 이 부문에 대해서는 정원제한을 철폐해야 한다. 게다가 근로자가 산업체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계속 교육받을 수 있는 기술대학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총액임금제 등 노동성과에 상응하는 보수체계가 형성되도록 임금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집단의 효율화 및 경쟁력제고를 위해 경쟁을 촉진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이다. 정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시를 강화하고 외부감사 등에 의한 견제기능 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규진입제한을 철폐해 국내외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기업자율에 의해 경쟁력 있는 소수분야로 전문화를 유도할 것이다. 기업의 소유구조는 무한경쟁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을 보강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정책의 투명성도 따라야 할 것이다. 환경이나 안전 등 정부의 행정규제가 필요할 경우 법률에 근거한 규제를 실시해야 한다. 규제대상을 단순하고 명료한 기준으로 법제화해 무엇이 규제대상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 각종 행정규제는 지키지 않아도 처벌이 불가능하게 개선돼야 할 것이다. 또 직접규제보다는 유인과 불이익제도 등 시장메커니즘적 대체수단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또 기업들의 기술개발지원을 위해 정부의 연구개발체제도 개편할 것이다. 특허제도 등 지적재산권제도를 오는 2000년까지 선진국수준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특허제도는 연구개발의 사회간접자본인데 기술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특허심사 기간이 3∼4년간 걸리는 현행 제도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1년6개월, 일본은 2년이 걸린다. 국가기술혁신체제의 시각에서 관련부처 기술정책을 종합해 정부의 연구개발 관련예산비중을 지난해의 2.8%에서 오는 2002년에는 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정리=한상복> ◎외국 국난극복 사례/“정부부터 다운사이징 솔선”/공공부문 인력축소·과감한 민영화 등/미·영 시장기능 강화 재도약 발판 마련/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장 경제가 어려울 때는 정부의 보호와 규제보다 자유화·개방화등 시장원리에 따른 정공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 영국 등은 노동개혁, 규제완화, 민영화 및 정부개혁을 적극 추진해 경제난국을 극복했다. 미국경제가 회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다운사이징(감량경영), M&A(기업매수 및 합병)등 민간부문의 경영혁신노력이 자생적으로 일어나 구조조정을 이룩했다는 점이다. 미국이 민간주도로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경쟁적인 기업환경과 신축적인 노동시장을 유지했으며 미 연방준비은행의 통화정책운용으로 물가를 안정시켰고 정부는 간섭을 최대한 줄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80년대 초반 7%대에 이르는 실업과 13%대의 물가상승 등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제조업이 위축되고 산업공동화논쟁도 끊임없이 일었다. 이에 미국기업들은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다운사이징 등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79년부터 95년까지 무려 4천3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스코트제지회사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70%, 중간관리층의 50%, 근로자의 20%를 감원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불과 2년만에 자산이 65억달러나 늘어났다. 장기적으로 다운사이징은 고용확대로 나타났다. 다운사이징이 낮은 실업률과 활황경제의 토대가 된 것이다. 특히 정부는 경쟁적인 기업환경속에서 간섭을 최대한 억제하고 ▲창의로운 자유기업활동보장 ▲정부생산성제고등 시장원리의 철저한 이행 ▲물가안정위주의 거시정책을 실시, 시장기능을 최대한 활성화했다. 영국경제의 회복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증대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노동개혁 ▲공기업 민영화, 정부인원축소 등 정부혁신 ▲외국인 투자의 적극적인 유치노력의 합산물이다. 19세기 세계제일의 경제력을 보유했던 영국은 20세기에 들어 잦은 노사분규와 높은 임금상승압박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수출경쟁력이 약화하는 등 소위 영국병을 앓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정부는 고용법·노동조합법개정 등을 통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였다. 다양한 노동개혁정책은 노동생산성향상, 노동쟁의감소, 노동자의식변화등의 성과를 가져왔으며 영국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또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해 BG, BT, BA 등 영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탄생시켰으며 정부 또한 80년 6백54만6천명이었던 공무원 수를 92년 4백90만9천명으로 25%가량 줄이는 등 혁신을 거듭했다. 특히 86년 10월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빅뱅」으로 불리는 런던금융시장의 자율화조치를 단행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84년 당시 광범위한 정부규제와 간섭으로 점철되어 있던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통한 시장경제 기능회복을 주창했다. 정부개혁과 재정개혁, 노동시장개혁, 금융개혁이 그 내용이었다. 뉴질랜드는 경제난국을 극복하면서 정부의 보호와 규제보다는 자유화, 개방화 등 시장원리에 입각한 정공법으로 대응했다. 정부조직을 정책입안부서와 집행·사업부서로 분리개편하고 후자는 공기업화 또는 민영화했다. 5년계약, 성과주의봉급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무차관제도를 88년 도입했고 예산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산출예산제도, 발생주의 회계제도를 채택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노동시장 개혁은 91년 「고용계약법」을 통해 추진해 나갔다. 이 법에서는 노동조합의무가입제도를 임의가입제도로 변경하고 복수 노조설립을 허용했다. 금융 및 외환분야에서는 84∼85년까지 대부분의 자율화조치를 완료했다. 뉴질랜드의 개혁은 분야별로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의 달성에 필요한 권한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는 방식의 제도혁신 과정이었다. 싱가폴은 지난 30년간 평균 9.0%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했지만 85년 독립이후 처음으로 불황을 경험했다. 싱가폴은 이를 부분적이나마 임금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 86년 임금동결과 탄력임금체계 도입을 각 사업장에 권고했다. 세계초일류의 정부부문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로서 공무원 신분보장에서 나오는 중립적인 정책집행과 60년 이미 부패방지법을 제정할만큼 투명하고 개방적인 정부를 만들어 낸 점이 이같은 난국타개 추진력의 열쇠였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하고 주요수출품이던 석유·고무 등 1차상품의 국제가격폭락으로 엄청난 무역수지적자와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던 말레이시아는 「비전 2020」청사진 아래 경제개혁을 추진한 결과 90년대 들어서는 9%의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성장의 원동력은 ▲전공무원의 전문화에 바탕을 둔 서비스행정 ▲완벽한 사회간접자본 ▲자본자유화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와 투자간소화 ▲거시안정정책의 수행등을 들 수 있다. 자본자유화 이후에는 해외자금 유입증대로 통화량이 급속히 증가하자 이를 흡수하기 위한 통화안정정책, 재정건전화, 저축증대정책 등을 강력히 추진했다. 칠레는 70년대 초반 사회주의 정부하의 경제구조 왜곡을 시정하고 민간경제활성화를 위해 남미국가중 가장 빨리 대내지향적 경제정책을 대외지향적 개방체제로 전환했다. 74년 대외무역개방, 민영화, 인플레억제 재정적자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안정화정책을 시행했다. 79년부터 시행해 85년 2단계에 접어든 경제구조조정정책은 고환율유지, 민영화, 긴축정책,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사회지출 확대를 시도했다. 이를통해 칠레경제는 수출증대, 노동시장안정, 자본유입 및 국내투자의 증대, 중앙은행독립과 재정개혁을 달성했다. 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난국을 위해선 정부의 과감한 개혁이 따라야 한다. 특히 개혁의 효과를 위해선 모든 부문에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며 여러부문이 함께 연결돼 추진돼야 한다. 이를위해 정부는 과감한 민영화, 정부인원 축소 등과 같은 구조조정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와함께 중앙은행의 독립과 금융정책 등을 통해 거시경제의 안정 등도 수반되야 한다. 또 외국인 투자의 적극적 유치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모든 개혁과 노력이 일관성있게 꾸준히 실시될 때 경제는 회복될 수 있다.<정리=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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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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