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美 금리인상의 영향

신흥국 신용위기 가능성 적어…한국경제 과민반응 불필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주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의했다. 이같이 결정한 이유는 미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한편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0.75%, 내년 3ㆍ4분기까지 2.0%포인트 정도의 추가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는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저금리에 따른 경기진작 효과는 상당 부분 사라지겠지만 고용증가에 따른 임금상승으로 소비가 증가,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최근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경우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여 FRB는 향후 금리인상을 ‘신중하게(at a measured pace)’ 추진할 것임을 거듭 밝혔다. 점증하던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올해 3월 고용상황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더욱 강하게 부각됐다. 이를 반영, 10년 만기 미 국채의 유통수익률은 상승(채권가 하락)하는 한편 주가는 급락했다. 채권과 주가의 동반급락 이유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FRB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나 FRB가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할 것임을 거듭 밝힘에 따라 점차 회복되는 추세이다. 신흥국들의 채권 및 주식 가격이 더욱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는 헤지펀드 등의 급격한 투자포지션 조정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간 헤지펀드 등은 미국의 저금리와 약 달러를 이용한 이른바 ‘달러 캐리트레이드’를 통해 수익률이 높은 신흥국 채권ㆍ주식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캐리트레이드를 정리하기 위한 조정이 최근 일단락됨에 따라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신흥국들의 신용위기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선 가장 큰 우려는 대폭적인 금리인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이 급격하게 둔화될 경우 그나마 우리 경제를 끌고 가고 있는 한국의 대미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대체적 예상처럼 점진적인 금리인상으로 미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우리의 대미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둘째, 국내 주식 시가총액의 43%에 달하는 해외자금이 인출돼 주가약세가 지속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국내 주가는 미국 금리인상, 원유가격 급등, 중국경제 경착륙 가능성 등 3대 악재로 인해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폭의 조정을 거쳤다. 이들 악재에 대한 우려가 희석되면 저가 메리트를 노리고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셋째, 국내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외자조달 비용 증가는 그간 장기 금리상승 등으로 이미 현실로 다가온 것으로 차입자들의 추가부담이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외자조달 여건은 국제금융시장의 과민반응이 진정될 경우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에서도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디플레이션 탈피를 확신할 때까지 현재의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을 천명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당분간 금리인상을 유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은행도 경제현실을 감안, 당분간 정책금리 인상을 유보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미 FRB가 금리를 인상한다는 사실은 미 경제가 저금리의 도움 없이 성장을 지속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반증인 측면이 있으며 또한 향후 인플레이션 위험을 차단, 건실한 성장을 위한 예방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향후 야기될 수 있는 상황 변화를 면밀히 검토해 적절히 대응해나가되 이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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