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이 1년 사이에 100조원 가까이 증가한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경기침체로 나라 곳간이 쪼그라들면서 정부가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린 탓이 크다. 여기에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지급액 등 갈수록 증가하는 연금충당부채도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밋빛 경제전망을 근거로 예산을 짜는 악습도 대규모 세수 펑크로 국가 부채를 눈덩이처럼 불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의 '2014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살펴보면 지난해 발행된 국채는 498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조6,000억원 늘어났다. 이는 당초 정부가 짠 예산(491조3,000억원)보다 6조7,000억원 불어난 것이다. 재정 적자로 국채를 찍어내 나라 살림을 메꾸다 보니 세계잉여금이 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잉여금 적자는 나라 살림을 마이너스통장으로 꾸려간다는 의미로 지난 2012년 이후 3년째다.
국가 재정이 미래 세대에 빌려 쓴 신용카드 금액이 증가한 탓에 중앙정부(503조원)와 지방정부(27조4,00억원)의 부채를 합친 협의의 국가 부채(D1)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5.7%인 530조5,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전년보다 무려 40조7,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국가 채무의 증가속도(8.3%)도 지난해 경제성장률(3.3%)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국가 채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0.9%보다 낮아서다. 2007년 대비 2014년 OECD 회원국 평균 국가 채무는 25.2% 포인트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 증가폭은 7.0%포인트에 그친 것도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 복지는 아직 어린애 수준"이라면서 "어린애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라게 돼 있다"며 한국과 선진국을 액면 그대로 비교하면 안 된다고 밝혔듯이 경제규모가 큰 OECD 국가와 우리 재정상황을 단순 비교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복지를 비롯한 의무지출은 한 번 늘어나면 되돌기도 어렵고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속성을 감안하면 재정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더욱이 공무원·군인 연금에 지급해야 할 연금충당부채의 증가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중앙 및 지방 정부 부채에다 연금충당부채를 합친 광의의 국가 부채(1,211조원) 가운데 공무원연금(523조8,000억원)과 군인연금(119조8,000억원) 충당부채를 합한 액수는 643조6,000억원으로 전체 나랏빚의 절반을 웃돈다. 연금충당부채는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추정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으로 정부가 빌린 돈은 아니지만 기금이 고갈돼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혈세로 메꿔야 한다는 점에서 광의의 부채(국가 재무제표상 국가 부채)로 잡는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연금충당부채는 재직자와 연금수급자 수 변동, 급여 상승률 등에 영향을 받는다"며 "지난해 대부분 항목이 플러스로 작용하면서 전체 부채를 늘어나게 한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무원 재직자는 126만3,000명으로 9,000명이 늘어났다. 연금 수급자 수도 48만2,000명으로 3만2,000명 증가했고 올해 공무원 보수도 3.8%로 지난해 물가상승률(1.3%)의 세 배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금충당부채에서 가장 덩치가 큰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급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공무원 연금충당부채는 불과 1년 새 40조원이 증가해 국가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인 공무원연금 구조에 강도 높은 메스를 대지 않으면 향후 643조원에 달하는 연금충당부채 대부분을 결국 국민 혈세로 부담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성공하면 사학·군인 연금에 대한 개혁이 뒤따라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무원은 국가에 봉사하는 직업적인 특성이 있는 만큼 어려워진 국가 재정을 고려해 한발 양보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