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틀째를 맞은 21일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지상전에 돌입한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반전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또 아랍권에서는 반전ㆍ반미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급변하는 등 정세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 상원에서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승인, 대통령에 대한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 소식이 전해진 20일 세계 곳곳에서 수 십만명이 이에 항의하는 반전 시위를 벌였다. 이날 유럽 각국에서 벌어진 시위는 학생들의 등교거부와 시위참여, 노조의 시한부 항의 파업 등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주축을 이뤘으며 고교생들까지 가담했다. 또 지난해 최우수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흑인 래퍼 겸 영화배우 윌 스미스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아카데미 시상식의 초청장을 반납했고, 외국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도 이라크 전쟁에 항의해 불참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면서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노린 반전 해커 `핵티비스트(hacktivist)`들의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고 영국의 인터넷 보안업체인 mi2g가 20일 밝혔다. mi2g에 따르면 이달 들어 확인된 해킹 사례의 3분의 2가 미국과 캐나다의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또 `미국 물러가라(Go USA)` `부시 만화(G.W. Bush animation)`등 전쟁 관련 문구로 수신자를 현혹하는 바이러스가 등장, 주의가 요망된다고 인터넷 보안업체 시맨텍이 이날 전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때 맞춰 이집트 카이로에서 벌어진 반전ㆍ반미 시위에서는 권위주의 독재정권을 성토하는 과격구호가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등 시위 양상이 반미 ㆍ반전에서 반정부로 급변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또한 요르단에서는 500여명의 법조인들이 이라크에 연대를 표시하는 가두 시위를 하다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왕정과 권위주의 공화제가 대부분인 아랍국가에서 반정부 시위는 철저한 금기로 가혹한 탄압을 받아왔는데, 이번 이라크전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봇물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중국은 일본 정부에 대해 미국의 이라크 전쟁 지원에 신중을 기하도록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역사적인 이유에서` 일본은 군사적 역할 수행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이라크전과 관련한 군사작전에 참가하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앞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혔으나 미국에 대한 지원은 이라크의 전후 복구에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21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인류문화적 가치가 높은 대규모 고대 유물들이 파손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깁스 교수는 이 잡지 기고문에서 “이라크의 유물은 엄청나다. 수천 곳의 유적지가 눈앞의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격변으로 상실된다면 이는 전세계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미 상원은 20일 이라크에 대한 미국 주도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군과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 결의안은 “이라크 전쟁에서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의 지도력과 노력을 지지하고 찬양한다”면서 특히 군과 군인 가족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표시했다. 민주당 상원 지도자인 톰 대슐 의원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일에 대해 과거 의견 차이가 있었더라도 미국 대통령은 최고 총 사령관이며 오늘 우리는 그의 뒤에서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