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 블로그]김광수 기자의 ‘아! 차!’(12)

소나 타는 차가 아니라고!



외래어, 지명, 유행도 가지가지

e편한세상, 브라운스톤, 파밀리에, 쉐르빌…


한동안 아파트 이름을 외래어와 한글을 섞어 복잡하고 어렵게 짓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시어머니가 아들 집을 못 찾아 오길 바라는 며느리의 마음이 반영된 결과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죠. 시간이 흐르다 보니 요즘은 다시 이름을 쉽게 만든 아파트가 많아졌다고 하네요. 이유는 시어머니가 이름을 못 외우고 집을 못 찾으니 시누이랑 같이 오는 경우가 많아지자 며느리들이 힘들어져서라고.

어쨌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작명입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진데요. 시대의 유행을 타기도 하고 아무 의미가 없기도 하고, 차를 개발하고도 적절한 이름을 짓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죠.

가장 대표적인 국민 중형차 ‘쏘나타’. 처음에 ‘소나 타는 차’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20년 넘게 가장 사랑 받는 차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고도의 연주기술을 요하는 4악장 형식의 악곡을 의미하는 소나타에서 따온 것으로 혁신적인 성능과 기술, 가격 등이 조화를 이룬 차라고 합니다.

지금은 단종된 현대차의 경차 ‘아토즈’라고 기억나세요? A부터 Z까지(A to Z)라는데 일찍 생산이 중단돼 Z는커녕 M 정도 가서 아톰이라고 했으면 어울렸을 법 합니다.


2000년대 초반 나온 ‘클릭’의 경우 당시 마우스를 사용하는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이름을 지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세부 모델도 w, n, i로 정했는데 각각 월드와이드웹, 인터넷, 네트워크를 의미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깊은 뜻이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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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살펴보면 외래어에서 따온 차명들이 많습니다. 외래어에서 그대로 따온 차명들도 많습니다. 현대차의 ‘티뷰론’은 역동적인 디자인이 상어를 닮았다고 해서 스페인어에서 차용했고, ‘에쿠스’는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GM대우 시절 나온 ‘칼로스’는 아름다운(beautiful)을 나타내는 그리스어라고 하고, ‘레조’는 이탈리아어로 그늘, 산바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합성어로 이뤄진 차명은 잘 지으면 그럴싸하고 영 어색하기도 하네요. ‘티코’는 원래 tiny, tight, convenient, cozy라는 단어의 앞 글자를 딴 합성어라고 합니다. 작지만 단단하면서 편리하고 아늑한 경제적인 차. 잘 지었죠?

대지(Terra)와 황제(Can)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테라칸’이나 쌍용차의 ‘렉스턴(Rex(상류사회)+Ton(최신유행)의 합성어)도 차의 이름을 통해 특징을 잘 알 수 있는 좋은 이름 짓기의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뭐라 해도 줄임말의 제왕은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는 뜻의 ‘코란도)겠죠.

반대로 얼토당토 않은 이름도 있는데, Style Economy Power Hi_tech Ideal Auto를 줄여 지은 ‘세피아’는 뭔가 많은 것을 얘기하고 싶지만 와닿지가 않네요.

지명에서 따온 것도 꽤 흔하죠. 현대차의 ‘싼타페(미국 뉴 멕시코의 도시)’, ‘투싼(미국 애리조나주의 도시)’, ‘베라크루즈(멕시코 중동부의 항구 도시)’, 기아차의 ‘모하비(미국 서부의 사막)’, ‘로체(희말라야 산맥)’, ‘쏘렌토(이탈리아의 항구 도시)’, 한국GM의 올란도(미국 플로리다의 도시), 말리부(미국 캘리포니아 해변) 등이 그 예로 들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 밖에도 ‘엑센트’, ‘프레스토’ 등 음악용어도 흔한 편입니다. 분류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최근에는 해외 브랜드처럼 시리즈로 짓는 것도 일반적입니다. 르노삼성이 가장 먼저 SM 시리즈로 재미를 봤고, 기아차는 K시리즈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쌍용차도 다시 부활한 코란도가 인기를 끌자 ‘코란도 스포츠’, ‘코란도 투리스모’를 연달아 내놓고 있죠.

여러분이 생각하는 모델에 가장 적합하게 잘 지은 차명은 무엇인가요? 제 생각에는 ‘포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들으면 ‘짐 좀 싣고 다니겠구나’ 싶지 않나요? 다음 번에는 더 복잡한 공식으로 이뤄진 수입차들의 차명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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