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동행취재

600여棟 담당…"주말도 없어요"<br>실거래가 자료등 통해 평균가격 사전조사<br>중개업소 3~4곳 방문 매매·시세동향 파악<br>향·조망등 단지내 세부특징도 꼼꼼히 체크


한국감정원 직원 500여명은 요즘 주말도 잊은 채 찬바람을 맞으며 전국의 아파트단지를 순회하고 다닌다. 900만여가구에 달하는 전국 공동주택의 내년 공시가격을 정하기 위한 6개월여의 대장정이 최근 시작됐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을 맡고 있는 조사요원 김형준(가명) 대리는 토요일인 지난 9일 역삼동 소재 A아파트단지를 방문했다. 조사 대상이 아파트 600여동이나 돼 주말 시간도 쪼개 쓸 수밖에 없다. 김 대리의 손에는 건설교통부로부터 넘겨받은 최근 실거래가격 자료와 올해 공시가격 등을 빼곡하게 출력한 서류 뭉치가 들려 있다. 이들 자료와 정보업체 시세 등을 사전 검토한 결과 지난해 공시가격 5억5,000만원 정도였던 32평형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가는 최고 12억원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합리적 판단을 위해 최고가와 최저가 등 극단적 수치를 제외하고 평균을 내보니 11억원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우선 단지 주변 중개업소 3~4곳에 들러 최근 매매사례와 시세동향을 파악한 결과 사전조사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음에는 아파트단지를 돌며 각 동의 위치와 향(向), 조망권 등을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하며 꼼꼼히 체크했다. 105동의 경우 지대가 높고 남쪽으로 가리는 건물이 없어 저층 세대라도 일조량이 충분하다는 등의 세부특징이 김 대리의 노트에 추가됐다.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김 대리는 팀원들과의 회의를 거쳐 이미 산출해놓은 평균 시세에 실지 조사 결과를 반영, 평가금액을 산출했다. 이 금액에 시세반영률 80%를 곱한 가격이 이후 내부 및 관계기관 회의와 검증ㆍ보정을 거친 뒤 내년 4월 공시가격으로 발표된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올해 5억5,000만원에서 8억5,000만원 안팎으로 3억원쯤 올라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된다. 올해 1월1일 기준 공시가격을 토대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이 부과되며 이러저러한 논란을 낳은 터라 평가작업은 한층 조심스럽다. 같은 단지, 같은 층이라도 공시가격이 제각기 다르고 공시가격이 얼마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세금 부담이 좌우되기 때문에 아파트 소유자들도 공시가격 조사에 한층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첫 공시가격 조사 때부터 조사요원별로 맡은 지역을 꾸준히 관찰해왔지만 올해는 같은 단지 안에서도 평형별 시세변동률이 크게 차이 나는 등 변덕이 심해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특히 거래가 거의 없을 뿐더러 베일에 가려진 채 거래되는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나 대형 연립 등은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일부터 벽에 부닥친다. 주대식 한국감정원 정책지원1팀장은 “공시가격 조사는 올해가 두번째지만 국세청 기준시가를 조사하던 시절부터 담당지역 직원들이 나름의 조사 노하우를 쌓아왔다”며 “중개업소는 물론 건설회사 직원 등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자료를 수집한 뒤 관계자 토론과 크로스 체크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114에 따르면 시세반영률 80%를 적용해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 시세 7억5,000만원 이상 아파트는 전국 30만여가구에 이른다. 내년 종부세 부과 대상이 올해 14만여가구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는 뜻이다. 세수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올해와 같은 80%가 될 가능성이 크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를 해봐야 알겠지만 80%에서 더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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