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불평등 줄이려면 정부가 나서라

■ 나쁜 사회-평등이라는 거짓말 (대니얼 리그니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해지되 무릇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마태복음 13:12)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우위와 열위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는 현상을 마태복음의 유명한 구절을 인용해 ‘마태 효과’라고 명명했다. 작은 우위가 쌓이면서 점점 더 차이가 커지게 되고 결국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로 벌어진다는 것이다. 대니얼 리그니 세인트메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책을 통해 21세기 들어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 현상과 ‘마태 효과’를 분석한다. 저자는 일단 불평등이 생긴 다음에는 외부의 힘이 개입하지 않는 이상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확률은 격차가 더 커질 확률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기존 정치인이 후원금 모금과 선거에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점, 조직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더 큰 권력을 차지하는 점 등이 모두 기존에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태 효과’는 회사나 국가 내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진행된다. 그는 두뇌 유출이야말로 부국을 더 부유하게, 빈국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주된 요소라고 말한다. 가난한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고급 두뇌가 해외로 빠져나가면 이미 세계의 중심에 있는 강대국들의 힘을 더욱 증진하고 속국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주변국들을 좌절시킨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마태 효과 때문에 일어나는 불균형의 심화가 ‘자연 법칙’인지, 아니면 노력을 통해 완화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구조’인지를 탐구한다. 저자에 따르면 마태 효과는 자연 법칙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누적 우위를 제한하고 통제하기 위해 자연적 과정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질병이나 자연재해에 대항해 온 것처럼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저자는 마태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누진과세와 유산세, 다양한 종류의 이전지출, 차별철폐 조치 등이 그 예다. 결국 마태 효과라는 자연적 과정에 대한 개입 여부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정치적 의지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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