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체 예상 매출액의 30%인 200억원 이상이 4ㆍ4분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경기도 시흥 본사에서 만난 박헌재 대정화금 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001년 이후 매년 15% 이상 성장하는 등 단 한 차례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았다"며 "연말이 되면 연구소 등 공공기관이 잔여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구매 요청이 급증하기 때문에 4ㆍ4분기에 매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정화금은 알코올과 칼피셔(수분측정시약) 등 시약을 제조하는 업체다. 국내 시약산업 규모는 약 3,000억원. 현재 대정화금을 비롯한 상위 3개 업체가 시장 전체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체제가 형성됐다. 메이저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만큼 공급자 우위의 시장 환경이 조성돼 있다. 박 CFO는 "세일즈 활동에 대한 부담이 적고 가격 결정력이 높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정화금은 제품을 판매하는 거래처만 5,000여곳에 달하고 있어서 발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상황. 전자회사ㆍ제약회사ㆍ김치공장, 심지어 중ㆍ고등학교에까지 물품을 판매한다. 많이 팔기 위한 세일즈 전략은 따로 세울 필요가 없다. 물품을 사기 위해 구매자들이 제 발로 공장을 찾아온다. 시장의 파이도 매년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다. 회사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모두 갖춰진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87억원과 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56% 성장했다. 시약업종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 화학제조업체ㆍ연구소ㆍ학교 등 각종 기업과 기관이 A4용지 몇 페이지에 달하는 온갖 종류의 품목을 구매하지만 수량은 낱개 단위가 일반적이다. 거래처가 한두 곳으로 집중되지 않아 리스크 관리가 쉽다. 하지만 5,000여곳이 넘는 거래처는 채권회수 등에서 위험 요소가 크지 않을까. 박 CFO는 "지난해 매출 448억원에서 미수금액은 2,300만원뿐이었다"며 "2개월 이상 수금을 하지 못한 업체에는 발주를 금지하는 등 관리 분야에 힘을 기울이고 있어 채권 회수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정화금은 시약업체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큰 생산라인과 대규모 재고관리 보유, 자체 브랜드 출시 등으로 경쟁 업체에 비해 비교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박 CFO는 "생산이 가능한 품목만 6만여개로 동종업체 가운데 가장 많다"며 "특히 2만여종의 재고품목을 보유해 다른 업체들에 비해 빨리 물품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약업종의 경우, 구매자가 소량으로 여러 품목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품목의 재고관리능력이 주문 생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2000년부터는 자체 브랜드도 개발해 그 비중을 늘리고 있다. 박 CFO는 "현재 4,700여 품목을 자체 브랜드로 개발해 수익이 증가했다"며 "특히 자체 브랜드 개발로 중동ㆍ일본 등에 올 상반기에만 8억원 이상을 수출하는 등 성장세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대정화금은 시약산업 외에 HPLC 고순도 용매, 기능성 화장품 소재, 식품첨가물, 동물의약품 시장에 진출해 사업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2차전지 제조 관련 자회사인 대정EM을 설립해 매출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 증권업계에서는 대정화금이 내년 이후 신사업에서만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시약산업에서의 올해 예상 매출액(61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박 CFO는 "2차전지에서 발전 가능성이 유망한 상황"이라며 "대정EM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2차전지 전구체를 생산하는 만큼 전기차산업 등의 발전으로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