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금융기관 환관리 실태] 44%가 리스크 '무방비'

관리체계 선진화등 대책마련 서둘러야"대기업 외환손실이 영입이익의 13배, 상장사 전체 외환평가손 4조, 수출기업 44% 환위험 회피 소홀". 금융감독원이 10일 금융연구원과 공동 주관한 '국내 기업의 환위험 관리시스템 현황'세미나를 보면 국내 기업들이 외환거래에 취약하게 노출돼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이에 상장법인의 외화차입금 등 외환관련 현황을 속속들이 공시토록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는 방침. 그러나 이날 실태를 보면 현 시스템으론 환리스크 대처에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고, 외환보유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등의 근원적이고 사전적 대처가 시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1개사당 외환부분서 80억씩 손실 서강대 강호상교수는 한국상장사협의회의 '2000년도 상장사 결산실적' 자료를 인용, 12월 결산 497사의 지난해 외화관련 순손실이 3조9,579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회사당 평균 79억6,000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한 것. 99년의 1조7,954억원 순이익을 낸 것과는 극명한 대조다. 기업별 실적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굴지의 대기업인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13배나 되는 규모를 외환손실로 냈다. 대규모 외환 관련 손실 속에서 환율변동폭은 갈수록 커져 손실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 실정.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하루 평균 변동폭은 99년 6.7원에서 지난해 12월은 12.4원, 지난달은 11.1원을 기록하는 등 변동폭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외환손실은 '눈먼 돈' 금융연구원 차백인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국무역협회의 주요 수출기업 200개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44%가 특별한 환위험 회피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학계 연구자료를 인용,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에 등록된 111개 기업중 32.4%가 환위험 관리 전담부서를 갖추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누적된 외환 손실에 거의 무방비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제도적 미비도 원인 차 연구위원은 환위험 관리가 미흡한 이유로 우선 환율정책이 경상수지 균형을 목표로 환율변동폭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어 왔기 때문에 기업들이 환율결정에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분석능력을 키우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기업ㆍ금융기관 조직내부의 문제. ▦전담부서 부재 ▦환위험 관리규정과 내부통제 기능 및 지원 인프라 미비 ▦전문인력의 부족 ▦환위험 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부족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선물환 시장의 미발달, 은행 등과 같은 환위험 관리기법 제공자의 마케팅 부족도 환위험 관리 선진화의 장애요인이 됐다고 차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정부 정책, 걸핏하면 벌칙금리 정책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초부터 은행이 여신거래를 심사할 때 외환리스크 관리현황을 심사항목에 포함시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기업은 벌칙금리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환관리를 제대로 못해 벌칙금리를 받은 기업은 거의 없다. 당국자들이 허공에 대고 정책을 읊고 있는 셈. 강병호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선물환거래때 거래보증금 인하나 환리스크 헤지 예금상품 개발 등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역부족이란 평가다. ◇근원적 대책은 차 연구위원은 ▦선물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다양한 환위험 관리수단을 제공하고 ▦환위험 관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차원 교육 및 지원노력 ▦환위험 관리 관련거래의 회계를 체계화하기 위한 기업 및 금융기관의 회계기준 및 공시제도 보완 등을 주문했다. 이밸류㈜의 이증락박사는 보유외환에 대해 최대 손실 가능금액을 측정한후, 일정 위험범위를 벗어나면 외환 보유구조 자체를 바꾸는 등의 사전적 환관리 대처방식을 채택, 환관리도 선진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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