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시로 공무원 호출하는 국회, 세종분원을 만들라

여당 국회의원이 최근 세종시에 근무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0여명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으로 불러 업무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상임위원회가 변경돼 업무파악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게 의원 측 설명이다. 국회의원이 정부기관의 보고를 받는 것은 국회법상 정당한 권한이다. 하지만 평일에 20명이 넘는 공무원을 한꺼번에 호출한 것도 모자라 대부분의 보고는 보좌진이 받았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실무자들이 대거 자리를 비운 탓에 산업부는 하루종일 업무차질을 빚었다. 국회의원에 보고하느라 정작 국민들에 대한 봉사는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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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장관들은 업무보고나 상임위 출석 등으로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국회에 간다. 장관이 움직이면 국·실장, 과장에다 담당 사무관까지 불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임위라도 열리는 날에는 국회의사당 구석에 많은 공무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대기하는 광경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이때마다 부처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한다. 세종청사에서 국회로 오려면 최소 2시간은 길거리에서 보내기 마련이다. 왕복으로 따지면 4시간 이상 걸리니 정상 업무가 될 리 없다. 시간낭비에다 교통비로 적지 않은 혈세가 허비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비효율을 없앤다고 세종청사 안에 마련된 국회 상임위원회용 집무실은 개소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비어 있다. 화상회의 시스템도 몇 차례 쓰였지만 거의 무용지물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장관과 차관을 비롯해 많은 공무원을 국회로 불러내야 권위가 선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의 그릇된 인식이 깔려 있다. 공무원들의 잦은 국회 출장 때문에 업무가 소홀해지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회 때문에 생기는 행정의 비효율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국회와 행정부를 한곳에 모으는 논의를 해야 할 때다.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만들어 국정감사·상임위 등을 개최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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