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신탁 8조 즉시 이탈 가능급속 인출땐 유동성에 치명적 타격 전망
은행 신탁자금 중 이미 만기가 지나 당장 이탈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 8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돼 붕괴위기를 맞고 있는 신탁계정에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7~8조원의 자금이 급속히 이탈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탁계정의 유동성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11개 시중은행의 신탁상품 중 신종적립신탁의 예치된 자금은 지난 14일 현재 14조607억원이며 이중 이미 만기가 지나 당장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만 7조2,57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 신탁담당자들은 이밖에 근로자우대신탁·노후연금신탁 등 기존 장부가방식의 상품의 만기로 이탈 가능성이 높은 자금을 합쳐 적어도 8조원 이상의 예치금이 당장 이탈될 수 있는 신탁자금이라는 분석이다.
은행별로는 신종적립신탁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의 만기후 자금이 3조1,114억원에 달했고 하나은행 역시 1조1,000억원대 자금의 즉시 인출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주택은행 역시 이탈 가능성 높은 신종적립신탁 자금이 7,000~8,000억원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의 한 신탁사업본부장은 이와 관련, 『은행신탁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자금 유입을 위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까지 만기후 인출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신종적립신탁 자금까지 급속히 이탈될 경우 은행 신탁은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탁 담당자들은 이를 위해 신상품 개발과 수익률 제고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무엇보다 은행 신탁의 결정적인 부실요인인 개발신탁을 하루빨리 청산, 신탁계정 자체를 클린화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주장했다.
박태준기자JUNE@SED.CO.KR
입력시간 2000/08/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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