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클릭, 핫 이슈] 미국은 왜 이라크 전쟁을 서둘렀을까

지난 3월16일 미국ㆍ영국ㆍ스페인 정상회담, 17일 대 이라크 최후 통첩, 20일 개전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진행된 이라크 전쟁은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모든 변수를 좌우하는 `핵 폭탄`급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전쟁 발발 초기, 폭등세를 보였던 세계 주식시장은 다시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하는 등 `단기종전`에 대한 기대가 점점 약화되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우리가 직접 이라크 현지를 가보지는 못했지만,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라크 전쟁이 점점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 하다. 압도적인 전력우위를 바탕으로 이라크전쟁에서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생각했던 전쟁이 일반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먼저 첫째로 들 수 있는 직접적인 원인은 계절적으로 모래폭풍이 시작되는 시기에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90~91년 걸프전쟁의 경험에서도 확인되듯 겨울철이 전쟁이 최고 적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전쟁 개전의 시기가 너무 빨랐거나 혹은 너무 늦었다는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또 전쟁 장기화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요인은 동맹국의 지원을 얻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된 `외로운` 전쟁이라는 데 있다. 최소한 이라크의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의 지원을 획득한 상황에서 남과 북의 동시 전쟁을 수행했다면 전쟁은 의외로 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충분한 병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서둘러 미 본토의 병력을 이동시키는 데에서 볼 수 있듯이 이라크를 압도하기에는 미군 병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는 형편이다. 전쟁 준비과정에 미리 최대의 병력을 집결시켜 상대의 전력을 부수는 것이 가장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지만, 최근 미국은 이와 정반대의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근거 없는 비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결국 손자병법에서 지적하는 천ㆍ지ㆍ인의 3요소를 모두 결여한 상황에서 전쟁이 진행되는 이상 미국의 예상처럼 흘러가지 않은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법하다. 그렇다면 전쟁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 이렇게 서둘러 전쟁을 시작했느냐는 의문이 대두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들을 한 번만 훑어보더라도 이런 궁금증은 상당 부분 해소되지 않을까. 미국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10년래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신규주택 매매가 크게 줄어드는 부동산 경기마저 위축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의 공급과잉 추세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주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잠그면서 미국경제는 그토록 우려하던 `이중침체`의 나락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라크 못지않게 미국도 매우 다급한 상황에 놓여있으며 이라크 전쟁을 단기에 끝내고 국제유가를 안정시키는 것만이 위기일발의 경제를 살리는 가장 유력한 대안일 것이라는 결론에 근접하게 된다. 물론 지나친 도식화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나 만일 전쟁이 단기에 종결되고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미국이 최대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혐의를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다. 다급한 마음과 달리 전황은 순조롭지 않으며, 어쩌면 지난 베트남 전쟁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다면, 역시 미군은 미국경제를 걸고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비관론에 빠질 이유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쟁에 대한 순진한 낙관론은 이제 접어야겠지만,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국제유가의 동향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라크 전쟁의 `경제적 동인`이 석유에 있는 만큼 국제유가의 동향이 `전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홍춘욱 한화투신운용 투자전략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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