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의욕과잉 동북아 추진위

참여정부 들어 `코드(Code)`와 `로드맵(이정표)`를 모르면 간첩이란 말이 나오고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정책라인이 이 용어들을 입에 달고 다니다시피 하기 때문에 생겨난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이 말들 속에는 뼈가 있다. 언뜻 듣기에는 거창한 듯하면서도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 지 아리송하고 약간은 비아냥이 섞여 있는 듯한, 그래서 듣는 사람이 놀림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어딘가 모르게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묻어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말이 또 하나 추가될 듯 싶다. 텔레매틱스 (Telematics)다. Telecommunication(통신)+Informatics(정보과학)가 합쳐진 이 말은 몇 년전부터 엔지니어들과 기업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른 전문용어다. 정부는 이 기술을 차세대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10대 산업중의 하나로 정하고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이미 밝혀놨다. 이 계획은 30일 노무현 대통령이 매주 수요일 주재하는 국정과제회의에서도 다시 강조됐다. 이날 주제는 `기술융합형 시범사업으로서의 텔레매틱스`였다. 하지만 왜 동북아 위원회가 과학기술자문회의와 산업자원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는 작업까지 마친 이 기술을 그 귀중한 시간에 다시 끄집어 냈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짭게 말해 시범 사업 선정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동북아 위원회가 맡을 일이 아니다. 산자부를 비롯한 부처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참여정부가 항상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따진다면야 기업에서 알아서 하는 게 맞다. 그래야 기업들도 자생력을 갖추고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경영전략가들의 공통된 지적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동북아 위원회가 정부 부처가 하고 있는 일을 빼앗아 생색이나 내라고 장관급 위원장자리까지 만들어 준 게 아니다. 이래서야 어떻게 변방의 역사를 중심의 역사로 바꾸겠다고. 대통령직속기구라면 그 위상에 맞게 부처들이 서로 의욕을 갖고 덤비는 일보다는 서로 떠넘기거나 이해가 상충되는 일을 조정하는 게 취지에도 맞다. 예를 들어 개발이냐 환경이냐를 둘러싼 갈등조정이나 정말 외국인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드는 기업환경 만들기 등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말 잔치와 생색내기에 바쁜 동북아 위원회는 깊이 반성할 일이다. 노대통령이 중국을 다녀온 뒤 말한 `상하이 쇼크`도 그냥 스쳐가는 말 뿐이었는 가 싶다. <박동석기자(정치부) everest@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