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노'라고 말할 수 있는 독일

아시아 월 스트리트 저널 3월 3일자지난 주 독일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EU 예산문제를 보는 각국 정상의 이견이 워낙 큰 탓이다. 특히 농업 분야에 EU 예산 지출을 줄이는 방안은 협상 마감시한인 오는 25일까지도 합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EU의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이 현재 EU의 단일 농업정책에 대해 불화를 빚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독일의 게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EU 예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EU의 농업 보조금을 3분의1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독일의 EU 예산 출연금은 전체의 28% 수준인 109억 유로(120억달러)로 7억8,100만달러의 프랑스보다 14배나 많다. 경제 규모가 프랑스보다 3분의1 정도 더 크다고 하지만 1인당 GDP(국내총생산)은 프랑스보다 오히려 적은데도 말이다. 스스로를 농업국가로 생각하는 프랑스는 농민들의 로비가 집요한 나라다. 이 때문에 프랑스가 EU로부터 91억4,000만 유로의 농업 지원금을 받는 최대 수혜국이 됐다. 정상들이 향후 7년에 걸쳐 EU의 연간 지출을 1조달러로 묶으려는 「아젠다 2000개혁」에 대한 협의가 실패로 끝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랑스는 독일이 현 수준대로 계속 예산을 출연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보조금의 일부를 각국 정부 부담으로 하자는 독일안에도 반대했다. 보조금 일부를 정부 부담으로 하자는 안은 지원제도 자체를 존속시키는 작용을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농민들에게 후한 정책을 쓰는 나라는 고율의 세금 정책을 병행할 때만 정당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같은 농업 보조금 제도도 중단될 수 있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오스카 라퐁텐 독일 재무장관의 케인스식 경기부양 정책이 성공, 종국에는 EU 지원 예산을 줄이겠다는 독일의 생각도 바뀌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EU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독일 사민당 정권의 의지를 과소 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독일측의 의지는 결국 EU 예산상의 자국 출연금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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