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에 여행객들이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돈이 1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5일제 시행으로 주말 해외 여행객들이 크게 늘어난 데다 여름방학 등을 이용한 어학연수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또 원화가치의 상승으로 씀씀이가 헤퍼진 영향도 있었다. 실제로 3분기 신용카드 사용실적의 경우 전년동기에 비해 원화로는 18.1% 증가했지만 달러로는 32.5%나 늘어났다.
문제는 내국인의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의 카드결제가 점차 보편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외소비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해외소비의 급증현상은 한국은행의 가계 해외소비 통계에서도 여실이 드러난다. 국내가계의 해외지출 규모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액만도 10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소비도 늘기는 했지만 증가 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올 3분기에 외국인이 국내에서 이용한 신용카드 결제액은 내국인의 해외 신용카드 소비의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다. 더욱이 1인당 신용카드 소비액을 보면 우리가 614달러인데 비해 외국인은 390달러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서비스 수지의 악화를 초래한다. 해외 여행경비 지출이 급증했던 지난 8월에는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가 18억달러를 넘어서 결국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엄청난 수출 증가로 상품수지에서 만든 흑자구조를 서비스 수지가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국제유가 상승에다 가파른 원화절상 추세 및 미국ㆍ중국 등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수출 증가세도 계속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다. 더욱이 소득의 양극화로 인한 내수 부진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로 지나치게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내버려둘 수 없는 처지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여 갈수록 늘어나는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