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아이들 성화 끌려간 어른들 먼저 '키득키득'

영화 '치킨 리틀'

영화 '치킨 리틀'

영화 '치킨 리틀'

영화 '내니 맥피'

영화 '내니 맥피'

영화 '내니 맥피'

기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80년대. 동네 꼬마들의 ‘대세’는 영화관이었다. 그 시절, 방학이면 으레 극장들은 어린이 영화를 걸어놓고 코 묻은 돈을 삽으로 퍼 담았다. 이젠 제목도 아련해진 우뢰매, 슈퍼 홍길동, 영구와 땡칠이…. 비디오가 있는 친구 집에서 본 조악한 일본 어린이 영화도 마냥 신나고 재미있기만 했다. 이젠 그런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도, 출연하는 개그맨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캠프에 학원에 컴퓨터 게임에,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바쁜 세상. 요즘 아이들이 너무 조숙해서 그런 ‘유치한’ 영화따위는 먹히지 않는 걸까. 철이 덜 든 기자는 아직도 ‘우뢰매’를 추억한다. 방학이 끝나 가는 1월 마지막 주, 두 편의 ‘전체관람가’ 영화가 개봉한다. 디즈니사가 제작한 ‘치킨 리틀’과 영국 워킹타이틀사가 만든 ‘내니 맥피’다. 한편은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꾸며진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이고, 다른 한 편은 영국의 마법사 유모 동화를 각색한 전형적인 서양 아동물이다. 두 편 모두 ‘우뢰매’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될 만큼 화려함을 자랑하지만, 영화를 소개하는 기자의 마음 한 켠은 조금 씁쓸하다. ‘제2의 르네상스’라는 충무로가 과연 방학에 어린이 영화 한 편 못 만들 만큼 열악한 건지, 궁금증이 생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두 편 모두 아이들이 흥겨워 할 만한 재미를 탑재했다는 사실! ■치킨 리틀- 디즈니 첫 3D 그래픽 애니메이션. 외계인 만난 꼬마닭 한바탕 소동
부연설명 먼저. 이 화려한 애니메이션은 ‘디즈니’표다. 지난 세기,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모험 가득한 동심의 세계를 심어줬다고 ‘자부하는’, 그러나 실상은 현실을 한껏 기만, 왜곡하며 맥도널드, 코카콜라와 함께 ‘팍스 아메리카나’의 상징으로 군림해 온 ‘디즈니’가 전세계 어린이들을 공략하는 영화다. 최근 몇 년간 드림웍스, 픽사, 소니 등의 업체에 확연히 밀리며 빈사상태에 빠졌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팀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3D 그래픽으로만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 픽사와 배급대행 결별을 앞두고 감행한 디즈니의 야심찬 모험은 미국 개봉 4주만에 1억 1,0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성공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꼬마닭 ‘치킨 리틀’. (하얀 털을 비롯한 생김새로 비추어 볼 때 병아리라는 표현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뭔가에 맞는 치킨리틀은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아무도 치킨리틀을 믿어주지 않은 채 정신나간 꼬마로 취급하기만 한다. 명예를 회복하기로 한 치킨리틀. 계속 머리 위로 뭔가 떨어지는 게 심상치 않다. 꼬마닭 앞에 나타난 건 다름아닌 외계인. 진짜 우주선이 나타난 걸로도 부족해 친구들과 우주선에 들어가 외계인을 조우한다. 영화를 보노라면 디즈니가 얼마나 독하게 마음 먹고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백설공주’로 시작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그 동안 ‘판타지아’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으로 면면히 이어지며 ‘해피엔딩’의 전형적인 동화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다르다. 영화 도입부, 동화를 비꼬는 나레이션부터 중간중간 비치는 할리우드 패러디까지 이전의 뻔한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 이런 모습, 어디서 많이 본 듯 하다. 5년 전 ‘슈렉’에서 시작돼 픽사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 년간 디즈니를 뺀 수많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써 먹은 진부한 패러디. 아버지 닭과 꼬마닭의 부자(父子)의 정은 디즈니가 추구해 온 가족애를 이었지만 탄탄한 스토리라인이 부족한 탓에 아쉬움을 더한다. 3D임을 실감케 하는 화려한 캐릭터 묘사나 우스꽝스런 장면장면은 ‘그래도 디즈니’라는 탄성이 나올 만큼 재미를 선사한다. 앙증맞고 귀여운 캐릭터는 분명 답답한 브라운관에서 투니버스만이 애니메이션의 전부라고 생각해 온 아이들에겐 색다른 선물이 될 듯하다. ■내니 맥피- 명배우 엠마 톰슨 주연·각색 마법사 유모 통해 가족애 그려 부모역할 다시 생각하게 해
이 영화도 부연설명 먼저.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윔블던’…. 전세계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쓴, 영국 영화계의 ‘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워킹타이틀사가 ‘생뚱맞게도’ 어린이 영화를 선보였다. 그 덕(?)에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워킹타이틀표 작품으로 낯익은 배우들이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수상 누나이자 바람피는 남편으로부터 상처받은 역을 맡았던 엠마 톰슨이 뻐드렁니까지 끼우고 마법사유모 맥피 역을 맡았다. 같은 영화에서 리암 니슨의 아들 역을 맡아 짝사랑의 진수를 선보였던 토마스 생스터는 맏이 사이먼 역을,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을 쟁취한 콜린 퍼슨은 일곱 아이의 아버지 미스터 브라운을 연기했다. 케임브리지대 영문과 출신의 엠마 톰슨은 직접 원작동화의 각색까지 맡았다. 장의사인 미스터 브라운은 아내를 여의고 일곱 아이를 키우는 홀아비 아빠. 경제적 뒷바라지는 부자인 고모가 한다. 고모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남동생을 못마땅해 하며 한 달 안에 재혼을 하지 않으면 원조를 끊겠다고 선언한다. 맞선을 보려면 일곱 아이들은 유모에게 맡겨야 할 터. 그러나 아이들은 새 장가를 갈 아빠가 못마땅해 새 유모가 올 때마다 족족 쫓아낸다. 이 사고뭉치 집안에 신비한 힘을 가진 유모 맥피가 홀연히 나타난다. 추악한 외모를 지닌 그녀는 신비한 힘을 지닌 마법사에 다름 아니다. 이제 아이들의 ‘쇼타임’은 끝났다. 아이들은 유모 손에서 철이 들고 가족의 소중함을 새로 느끼기 시작한다. 어린이영화답게 영화엔 맥피의 마술에 춤을 추는 당나귀부터 알록달록한 의상과 소품, 환상적인 눈의 결혼식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면이 가득하다. 그러나 어린이영화답지 않게 생각없는 좌충우돌 사고와 뻔한 결말의 해피엔딩 따위는 없다. 화려한 장식 뒤에는 어른들의 자못 심각한 현실적 고민과 제법 아름다운 로맨스까지 얹어졌다. 뭐니뭐니해도 눈길을 끄는 건 타이틀롤을 맡은 엠마 톰슨의 파격 변신. 나름대로 중후한 미를 뽐냈던 그녀는 영화에서 주근깨에 사마귀까지 단 추악한 외모를 한 채 지팡이 하나로 마법을 부리는 신비한 유모로 변했다. “원하지 않아도 필요하다면 함께 있지만 필요하지 않으면 원해도 떠난다”는 그녀의 말은 아이들 옆자리 부모에게 긴 여운을 남길 듯. 자녀들과 부모가 함께 즐길만한 좀처럼 보기 드문 아동용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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