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구성의 오류'에 빠진 저축은행

경제학에 ‘구성의 오류’(The fallacy of composition)라는 용어가 있다. 개개인이 사적인 이익추구가 경제전체적으로는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절약의 역설’, ‘가수요’가 대표적이다. 가수요는 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한 경제 주체들이 물건을 사재기해 물가를 더욱 상승시키고, 이에 따라 사재기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악순환을 일컫는다. 개개인들 입장에서는 물가가 오르기 전에 물건을 사두는 게 이익이지만 경제전체적으는 인플레이션만 가속화돼 결국 모두가 손해만 보게 된다. 최근 저축은행의 예금인출 사태가 딱 그렇다. 21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예금자들을 달래기 위해 방문한 부산의 우리저축은행에는 아침부터 수백명의 예금자가 줄을 섰다. 이 은행의 BIS 비율이 5% 미만이라는 소식을 듣고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예금자들이 한시라도 빨리 돈을 찾기 위해 대거 몰려든 것이다. 김 위원장을 얼굴을 본 일부 예금자들은 “추가 영업정지 안한다고 하더니 왜 또 하느냐, 이래서야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은행측의 하소연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연속으로 흑자를 내면서 은행이 정상화되고 있었는데, 이번 예금인출 사태로 물거품이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만에 하나 이번 예금인출사태로 우리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된다면, 결국 모든 예금자가 돈을 찾지 못하는 구성의 오류가 재현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돈을 찾으러 온 예금자들을 탓할 수도 없다. 예금자들 입장에서는 평생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해 번 돈을 한 순간에 날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너무나 당연하다. 1~2%의 이자라도 더 받기 위해 안전한 시중은행을 마다하고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서민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문제는 정부와 언론이다. 정부는 저축은행 부실문제를 초기에 대응하지 못해 ‘예금인출’사태를 야기했고, 사전에 예금자들을 상대로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한 원죄가 있다. 언론은 일부 저축은행의 예금인출을 아무런 여과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해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구성의 오류’에 대처하는 방법을 정부와 언론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다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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