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우려, 중국 쇼크 등 굵직한 경제 변수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펀드가 이머징 마켓을 떠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대거 매도해 시장 폭락을 일으킨 것도 이 같은 글로벌 자금 이동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총 8,000억달러 가량을 운용하는 전 세계 펀드 매니저 2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매니저들은 미국과 중국 등의 긴축 정책으로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투자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고 이에 따라 ‘고위험 고수익’을 겨냥한 신흥증권시장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매니저는 지난 달의 경우 18%만이 신흥시장 등에 투자하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 패턴을 포기했다고 밝혔으나 5월 들어서는 절반이 넘는 52%가 리스크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주식 비중도 지난 달 55%에서 52%로 줄어든 반면 현금보유 비중은 같은 기간 3.8%에서 4.5%로 늘어났다.
시장 전략가들은 미국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의 경제긴축 등 일련의 세계경제 흐름으로 세계 자본시장의 용광로인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글로벌 자금이 마르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국제 유동성 재편의 가장 큰 희생양은 이머징 마켓의 주식시장이 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의 수석 글로벌 투자전략가인 데이비드 보우어스는 “전 세계 인플레가 상승하고 있고 이에 따라 미국 등 주요국들이 확연한 긴축정책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가 글로벌 투자시장에 깊이 뿌리 박혀있다”고 진단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