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제품 뉴욕 판매량, 日의 4배<BR>日에는 제조업체만 2,000곳 넘어
| 일본의 사케 제조 노동자들이 사케를 만드는 데 사용할 쌀을 반죽하고 있다. 청주는 쌀과 물, 그리고 누룩으로 만들어진다. 사진제공=월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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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피를 깎아낸 쌀(왼쪽)과 보통 쌀. 쌀의 외피에 포함된 영양소는 발효과정 중 향과 맛을 변질시키기 때문에 외피를 많이 깎아낼수록 더욱 우수한 청주를 만들 수 있다. 사진제공=월계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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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찬바람 불면 생각난다~ '사케'
일부 제품 뉴욕 판매량, 日의 4배日에는 제조업체만 2,000곳 넘어
김면중기자 whynot@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일본의 사케 제조 노동자들이 사케를 만드는 데 사용할 쌀을 반죽하고 있다. 청주는 쌀과 물, 그리고 누룩으로 만들어진다. 사진제공=월계관
외피를 깎아낸 쌀(왼쪽)과 보통 쌀. 쌀의 외피에 포함된 영양소는 발효과정 중 향과 맛을 변질시키기 때문에 외피를 많이 깎아낼수록 더욱 우수한 청주를 만들 수 있다. 사진제공=월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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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바람이 부는 밤이면 간절히 생각나는 게 있다.
뜨거운 오뎅 국물과 사케 한 잔이다.
주류 트렌드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 술에서 동양 술로 말이다. 90년대 신세대들은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간다’면서 위스키를 즐겼는데 요즘 신세대들은 바람 부는 날이면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마신다. 90년대 위스키 바람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어 와인 열풍이 불었는데, 최근엔 일본식 청주(淸酒)인 사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케 열풍이 시작된 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본격적으로 사케 시장이 커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사케 시장은 전년 대비 약 30%나 성장했다. 사케 전문가들은 올해 사케 시장 역시 지난해 보다 3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에서 사케를 처음 수입하기 시작한 지난 94년 국내 시장규모는 말 그대로 ‘제로’였다. 그랬던 사케 시장이 지금은 매출 규모 100억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사케 열풍을 주도한 세대는 옛날 술을 좋아할 법한 노ㆍ장년층이 아니었다. 의외로 20대 대학생과 30대 직장인들이 사케 소비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일본인들도 놀라고 있다. 사케전문점인 가츠라 명동점에서 일하는 이와타 켄타로 씨는 “일본에서도 청주는 어른들이 주로 마시는 술로 인식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젊은 층이 주로 사케를 찾는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일본 사케를 수입하기 시작한 서정훈 한국월계관주식회사 대표는 “요즘 젊은이들은 대부분 일본 여행 경험이 있다. 이들이 일본에서 사케를 접한 후 입맛에 맞자 국내에 돌아와서도 사케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 사케 전문점이 생기다 최근 2~3년 새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사케 열풍은 웰빙바람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케는 알코올 도수가 15도 내외인 비교적 저알코올 주류기 때문이다. 또 그 종류도 수 백 종에 달해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와인 애호가가 사케 마니아로 변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와인에 빠져있던 소설가 김훈씨도 요즘엔 냉장고 안에 사케를 두고 즐긴다. 120여종의 사케 콜렉션을 구비하고 있는 롯데호텔서울의 일식당 모모야마에서 일하고 있는 김선희 캡틴도 얼마 전까지 소믈리에로 활동하다 지금은 사케 전문가로 직함을 바꿨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최근 사케 열풍을 조명해보고 다양한 사케 종류를 살펴 봤다. 또 사케의 원조였던 우리나라 청주 시장도 살펴봤다.
술은 혼성주, 증류주, 발효주 등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칵테일은 혼성주고, 위스키나 소주는 증류주로 분류된다. 사케는 쌀과 누룩, 물을 원료로 한 발효주다. 막걸리도 쌀로 빚은 발효주이지만 그 빛이 뿌옇고 흐려 '탁주(濁酒)'라고 한다. 반면 사케는 쌀로 빚어 가장 맑은 상태로 잘 걸러낸 상태의 술로 '청주(淸酒)'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흔히 '정종'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호치키스라는 브랜드명이 스테이플러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정종도 원래 일본 청주의 브랜드 이름이었는데 그게 국내에서 청주의 대명사처럼 쓰이게 된 것이다.
■일본 사케의 원조는 우리 청주
청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술이다. 문헌에 의하면 삼국시대 이전 마한시대부터 맑은 곡주를 빚어 조상에게 바쳤다고 한다. 일본의 고사기(古史記)에 의하면 '서기 270년 경에 백제의 인번(仁番)이 일본에 들어가 새로운 방법으로 청주를 빚어 그를 주신으로 모셨다'는 내용이 나온다. 흔히 일본 술로 알려져 있지만, 그 원조는 우리나라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청주는 일본에서 그 제조법이 잘 다듬어져 우리나라에 역수입 되고 있다.
청주는 여타 술과 다른 면이 많다. 그 만큼 개성이 강한 술이다.
우선 음용 온도 범위가 다양하다. 취향에 따라 데워 마시거나 차게 마실 수 있다.
맛도 다양하다. 흔히 청주엔 다섯 가지 맛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단 맛(甘), 신 맛(酸), 매운 맛(辛), 떨떠름한 맛(澁), 쓴 맛(苦)이 바로 그것이다.
향이 그윽하면서도 깊은 것도 특징이다. 그만큼 향의 종류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케의 향은 수천가지에 달한다.
또한 사케는 '중용(中庸)'의 술이다. 달콤하고 은은한 향은 여성적인 와인을 닮았으면서도 청초하면서도 단호한 맛은 남성적인 스카치를 닮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바로 사케에는 장인정신이 베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양조 기술도 섬세해 아주 작은 차이만으로 맛이 달라지곤 한다.
맛만 좋은 게 아니다. 적당히 마실 경우 건강에도 좋은 술이 바로 사케다. 저도주인 사케를 적당량 마실 경우 모세혈관의 움직임을 활성화시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늘려주고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산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현대인들에게 근육이 이완되는 효과를 줘 정신적, 육체적인 편안함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청주와 원료와 종류
청주의 원료는 크게 세 가지다. 쌀과 물, 그리고 누룩이다. 청주에 사용되는 쌀은 그냥 쌀이 아니다. 외피를 깎아 낸 속살이다. 쌀의 외피에는 조지방, 조단백질, 조섬유 등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돼 있는데, 이것들이 발효과정 중 효모에 과다한 영양원을 제공해 향과 맛을 나쁘게 하는 원인물질로 작용하기 때문에 외피를 깎는 것이다.
또한 바깥부분에 많이 있는 무기질 성분이나 색소 등으로 인해 그 자체가 청주의 색과 맛, 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도정을 많이 해 바깥부분을 많이 제거할수록 보다 우수한 품질의 청주를 만들 수 있다.
외피를 깎아낸 정도, 즉 도정률(rice polishing ratio)은 청주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도정률이 50% 이상인 사케를 '다이긴죠(大吟釀)'라고 하는데 이게 가장 좋은 품종이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시켜 부드러운 맛과 향이 나는 최고급 사케이다. 도정률이 40% 이하인 사케는 '긴죠(釀)'라고 한다. 다이긴죠 만큼은 아니지만 긴죠 역시 과일향과 부드러운 맛이 나는 프리미엄급 사케다.
원료 및 제조법으로 종류를 나눌 수도 있다. 순수한 쌀과 물, 누룩만으로 만든 것을 준마이슈(純味酒) 타입이라고 한다. 술에서 쌀 맛이 느껴지는데 그 맛의 종류가 연한 맛에서 진한 맛까지 다양하다. 쌀과 누룩 외에 제한된 양의 양조 알코올을 첨가한 종류는 혼죠조(本釀造) 타입이라고 한다.
이 밖에 후츄(普通) 타입이 있는데 이는 가장 대중적인 일반 사케로 특별한 도정률이나 주조법이 없다. 일체의 알코올이 첨가되지 않고 가장 많은 외피를 깎아낸 쌀과 누룩만으로 만든 종류가 바로 '준마이다이긴조(純味大吟釀)'인데, 이 종류가 가장 프리미엄급이라 할 수 있다.
주조 기술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다. 발효 후 미살균된 상태에서 병에 담겨지는 사케를 나마사케라고 하는데, 이 종류는 신선한 맛이 특징이다. 반면 저온 살균 후 병에 담은 것을 나마죠조슈라고 하는데, 이는 과일향이 나는 특징이 있다. 이 밖에 장기간 숙성해 중후하고 깊은 향을 내는 것을 고슈라고 한다.
청주를 구분하는 또 다른 기준으로 일본주도(日本酒度)가 있다. 사케의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로 일반적으로 플러스(+) 수치가 높으면 드라이한 풍미를 뜻하며, 마이너스(-) 수치가 높으면 부드러운 풍미를 낸다. 드라이한 종류를 '가라구치(辛口)', 부드럽고 약간 달콤한 풍미의 술을 '아마구치(甘口)'라 한다. 보통 술꾼들은 가라구치를 더 즐겨 마신다고 한다.
종류만 다양한 게 아니다. 술을 마시는 잔도 종류가 다양해 술잔을 취향에 맞게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본 사케 전문점에 가면 주문할 때 다양한 잔도 함께 나오는데 자기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된다. 어느 잔으로 마시느냐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있다. 드라이한 맛의 사케인 가라구치 종류를 마실 때에는 잔 끝이 안으로 모아지는 잔으로 마시는 게 좋다.
혀의 목젖 가까운 부분이 쓴 맛을 감지하는 부분인데 잔 끝이 안으로 모아지는 잔으로 마셔야 가라구치의 드라이한 맛을 목 깊이 직접 느낄 수 있다. 반대로 향이 부드러운 아마구치 종류를 마실 때에는 잔 끝이 약간 밖으로 퍼진 잔을 사용하는 게 좋다. 마실 때 혀의 양쪽으로 넓게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마구치의 맛을 더 잘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혀의 양쪽에 단맛을 감지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스파클링 사케를 마실 때에는 긴 잔을 이용하는 게 좋다. 상큼한 맛을 느끼는 혀의 깊은 부분에 직접 전달되기 쉽기 때문이다.
사케 브랜드 이름을 즐기는 것도 사케를 마시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준마이 다이긴죠 종류 중 '온나나카세(女泣)'가 있는데, 이는 '여자를 울린다'는 뜻이다. 여자들이 울고 갈 만큼 섬세한 느낌의 고급 사케라는 것을 강조하는 브랜드 이름이다. 이 술의 의미를 아는 손님들 중에는 "왜 '오또꼬나카세(男泣, 남자를 울린다는 뜻)'는 없냐"는 반응을 보이며 농을 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메이보 요와노츠키 준마이긴죠'도 독특한 이름 때문에 사랑 받는 사케 중 하나다. 브랜드명인 '요와노츠키(夜半の月)'는 바로 야밤의 술'이라는 뜻. 그래서 미국에서는 일명 '미드나이트 문(Midnight Moon)'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뉴욕 내 판매량이 일본 전체 판매량의 4배에 달할 만큼 미국 뉴욕의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술이다. 낭만적인 브랜드명이 뉴욕의 젊은 연인들에게 어필한 결과다.
■개봉하면 빨리 마셔야
직접 구입해 마실 경우에는 보관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사케는 직사광선과 열에 약하기 때문에 빛이 없고 서늘한 곳에서 보관해야 한다. 사케의 병 색깔이 대부분 갈색인 것도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다. 한번 개봉한 후 약 1년 정도까지 보관이 가능하지만, 가급적이면 빨리 마시는 게 좋다.
사케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사케 아카데미에 참가해보자. 일본 청주 수입 업체인 한국월계관은 매월 한 번씩 사케 아카데미를 열고 있는데 직접 사케를 맛보며 배울 수 있다. 신청은 한국월계관 가츠라 홈페이지(www.japanya.co.kr)에서 할 수 있으며 일체의 수강료 없이 배울 수 있다. 단, 매월 10여명 정도만 참가할 수 있으니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서둘러 신청해야 한다.
입력시간 : 2007/11/14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