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한미FTA와 美쇠고기 수입 협상 별개…신뢰회복이 먼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일 강원도 고랭지 배추밭을 방문해 올해 고랭지배추 작황과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수산식품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 美 보다 강화된 조건으로 타결
농·축·수산업 여건 많이 변해 FTA 보완대책도 손봐야 작황 관측 월 3회로 확대… 시세예측 모형개발 추진
계약재배 물량도 늘려 농산물가격 급등락 최소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별개입니다. 약속한대로 소비자 신뢰 회복이 선결돼야 합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ㆍ캐나다 쇠고기 수입협상 양자합의는 미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캐나다산 쇠고기가 8년 만에 수입이 재개되고 한미 FTA 비준절차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미국이 추가로 시장개방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 측의 단호한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최근 캐나다와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합의하며 중요한 과제 하나를 마무리 지은 그는 "국민의 안전과 안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미국보다 강화된 조건으로 타결했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절차가 이어지면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에 바람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쇠고기 시장 개방에 따른 한우 농가의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호주산ㆍ미국산 등이 들어오고 있지만 한우의 경쟁력이 있어 큰 문제는 안 된다"며 "유통이력제와 원산지표시제를 더 강화해 한우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장관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농정철학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충청도 출신답게 다소 느릿한 말투이지만 민감한 현안에는 과감한 발언으로 추진력과 뚝심이 있는 본인의 성격을 나타냈다. ◇FTA보완대책 내실화해야="한ㆍ유럽연합(EU) FTA가 발효됐고 한미 FTA 절차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만들어진 FTA 보완대책을 내실화해야 합니다." 서 장관은 지금 우리 농ㆍ어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 강화' 및 '농ㆍ어가 소득안정'이라는 생각이다. 올해부터 시장개방이 본격화되고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농ㆍ축산업계로 밀려오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농ㆍ어업은 아직 보조금에 따른 정부 의존이 심하고 부실화의 부작용도 나타난다. 그는 "2007년 한미 FTA 국내 보완대책 수립 후 3년여가 지났고 구제역 등으로 농ㆍ축ㆍ수산업 여건이 바뀌었기 때문에 현장점검ㆍ의견수렴 등을 통해 수정, 보완하는 한편 관계부처와 추가 예산 소요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FTA 보완대책 실행을 위해 책정된 예산 21조원의 증액이 가능할 것이냐는 계속되는 질문에 "잘 되겠죠"라고 웃으며 원만하게 풀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서 장관은 '예산이 곧 정책'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내년 농식품부 예산 방향도 개방화 시대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잡았다. 다음으로 그는 "가격안정이나 가축질병에 대응하는 등 현안 문제에도 예산이 투입되고 종자산업ㆍ생명산업ㆍ식품산업ㆍ양식사업 등과 같은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중 FTA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했다. 서 장관은 "중국의 지리적 인접성,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한중 FTA는 우리 농ㆍ어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협상 개시 전부터 민감성을 적절히 반영하기 위해 중국과 적극 협의하는 등 농ㆍ어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쌀 조기 관세화 원칙 변함없어=올해 쌀값은 지속적으로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흉작으로 전년(495만톤)보다 수확량이 66만톤이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벼 수집ㆍ가공ㆍ판매를 담당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물량을 조절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주 말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쌀값은 10% 올랐다. 의외로 서 장관은 쌀값 문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2월부터 계속 올라 지금까지 정부가 비축한 28만5,000톤의 쌀을 방출했다"며 "현재 산지 쌀값은 80㎏(정곡)당 15만4,748원이며 현재 수준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또 "수확기 쌀값은 풍흉에 따라 약간 변동될 수 있지만 10월 초순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해 안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이날도 정부는 2010년산 비축쌀 8만톤을 시중에 12.9% 싸게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RPC에 대해서는 "쌀 유통은 대형유통업체를 통한 구매자 중심으로 급격하게 이전되고 있어 RPC를 통해 소비자 기호에 맞고 품질이 균일한 동일 브랜드 쌀을 대량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RPC 시설현대화, 브랜드화, RPC통합 등과 같은 경쟁력 향상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쌀 시장을 완전 개방하는 조기관세화에 대해서는 가능한 올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서 장관은 "매년 2만톤씩의 의무수입물량 증가에 따른 수급관리 부담과 관세화시 예산절감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조기에 관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농업계 의견수렴을 통한 합의 도출뿐 아니라 FTA,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수산물 가격 안정화될 것=농수산물은 재배면적이나 기상 여건에 따라 가격변화가 크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만 해도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부진으로 배추 값이 '금값'이었지만 5월 이후 공급량이 크게 늘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양파 가격도 올해 크게 떨어졌고 한우 가격도 설 성수기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먼저 서 장관은 "농ㆍ축ㆍ수산물의 경우 공산품과 달리 수요 공급이 비탄력적어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서 장관이 제시한 방안은 관측 강화. 그는 "사전적 수급 예측 및 선제적인 대응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기상변화가 심한 7~10월에는 관측 횟수를 월1회에서 3회로 늘리고 기상변화에 따라 시세를 예측할 수 있는 모형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 측면에서는 농협의 계약재배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서 장관은 "농협 계약재배 비중(배추)을 8%에서 20%로 올리는 등 전체 생산량의 15%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직거래 등 판매채널을 다양화하고 가격안정명령제(경매가격 등락폭이 클 경우 상승률과 하락률을 제한하는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한우 도매가격은 떨어져도 음식점 가격은 변동이 없는 것과 관련해 농식품부는 행정안전부ㆍ한국음식업중앙회와 협조체계를 구축해 음식점 한우고기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농협 실사 마무리 단계, 내부 인사지침 만들 것=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분리하는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서 장관은 "최근 자산 실사 결과가 나와 실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달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이 확정되면 타당성 검토를 거쳐 부족 자본금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2008년 발생한 국제적인 곡물가 급등은 지난해에도 재현했다.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점차 하락 추세여서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의식도 높아졌다. 서 장관은 "해외농업개발, 곡물 조달체계 구축, 식량자급률 제고 등 세 가지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면서 "이달 말 구체적인 목표치를 세워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오는 2015년 곡물자급률은 30%로 상향 조정하고 2020년 목표치도 새로 설정할 계획이다. 내부 인사에 대해서는 '인사지침'을 만들고 난 뒤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 장관은 "전직원을 대상으로 승진 및 인사 방침 등에 대해 포지티브 방식과 네거티브 방식 모두로 조사하고 있다"면서 "장관이 마음대로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이 꼭 돼야 한다는 식으로 직원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적 원칙에 따라 개인의 능력ㆍ자격 등을 우선적으로 평가한 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귀띔했다.
"직접 봐야 정책 아이디어 나온다" 주말마다 현장 찾아"
"현장에서 직접 봐야 농ㆍ어업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주말마다 현장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취임 한 달.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한 번도 빠짐없이 주말마다 현장을 찾았다. 주중의 회의ㆍ행사 등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반납하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다음날인 지난 2일에도 당일 일정으로 강원도 평창과 강릉을 방문했다. 고랭지 배추밭에 들르기 전 서 장관은 "지난해 고랭지 채소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에 한번 보기 위한 것"이라며 "7월 초가 마지막으로 심는 단계여서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북의 문경(양파 주산지)과 안동(가축매몰지)을 시작으로 부산(어시장), 대구(4대강 사업현장), 전북 부안(새만금, 수산물 가공시설) 및 김제(파프리카 농장), 전남 함평(농촌개발사업), 해남, 영암, 나주(배 농가, 민물장어 양식장) 등 짧은 기간에 전국 각지의 농ㆍ어업 현장을 모두 둘러본 것이다. 서 장관의 '현장경영론'은 '농정 자체가 현장'이라는 것이다. 현재 농정에 대한 농민의 불신이 커 현장에서 목소리를 듣고 해결해주겠다는 의미다. 실제 서 장관이 방문하는 지역마다 판로문제나 가격등락, 경영비 부담 등에 대한 불만이 많이 제기됐다. 서 장관은 한 달간 현장을 다니면서 우리 농업의 희망을 봤다고 강조한다. 그는 "김제의 한 파프리카 업체는 지난해 680만달러에 이어 올해 1,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정부 지원도 없고, 또 요구도 하지 않는 것은 생산성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 장관은 주중에는 관용차인 에쿠스를 타지만 주말 현장방문시에는 점퍼 차림으로 항상 스타렉스 승합차를 애용한다.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어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고 농민들도 정서적ㆍ심리적으로 더 친숙하게 느낀다는 지론에서다.
한중 마늘파동 희생양 자처…'꼼수' 모르는 '불도저'
■서 장관은 부모님 부의금을 상조기금으로 힘든 직원위한 나눔활동도 활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건은 지난 2002년 발생한 한중 마늘파동이다. 당시 본인이 책임을 질 위치에 있지 않았음에도 '희생양'을 자처하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서 장관을 따르는 전ㆍ현직 농식품부 관료들은 '꼼수'라고는 모르며 한마디로 '의리가 있는 분'으로 표현한다. 업무 추진에서는 집중력과 추진력이 있다. 판단이 서면 밀어붙이는 힘이 탁월하고 좌고우면하지 않아 '불도저'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에는 66년 만에 발생한 구제역을 강력한 방역 조치로 '초동 진화'해 피해를 최소화했고 농협ㆍ축협ㆍ인삼협 중앙회 통합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특히 서 장관은 2001년 김동태 장관 이후 10년 만에 농식품부 출신 장관이어서 '불임부처'라는 오명을 씻어내기도 했다. 기술고시 출신으로 차관에 이어 장관에 올라 후배들로부터 입지전적인 '롤모델'로 불린다. 장관 취임 후에는 쌀ㆍ채소ㆍ원예 등 농업 현장에 대해 워낙 잘 알고 있어 현장 관계자나 직원들이 곤혹스러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2000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당시 어머니의 이름을 따 농식품부 내에 '정성분 상조기금'을 만든 것도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당시 조문객들에게서 받은 부의금 2,283만원을 어려운 직원을 위해 써달라고 기탁했고 이후 부친이 작고했을 때도 1,300만원의 부의금을 전달했다. 차관 시절에는 매달 50만원씩 월급에서 기탁하기도 했다. 서 장관은 이러한 사연에 대해 별 것 아닌 일이라 손사래를 치면서도 "앞으로도 힘든 직원을 위한 '나눔'을 더욱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약력 ▦1948년 충북 청주 ▦청주고, 고려대 농학과 ▦기술고시 8회 ▦농림부 농산원예국장ㆍ식량생산국장 ▦차관보 ▦농촌진흥청장 ▦농림부 차관 ▦한국마사회 감사 ▦충북농업연구원장 ▦한국지역브랜드포럼 회장 ▦로컬푸드운동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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