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일색이었던 베스트셀러 시장에 한국 소설들이 돌아오고 있다. 김훈, 은희경, 신경숙 등 유명 작가들이 신작을 내면서 한국 소설이 제 위상을 찾아가고 있는 것. 6월 첫째 주 교보문고 소설부문 판매순위에 따르면 김훈의 '남한산성'이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은희경의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가 바짝 쫓고 있다. 신경숙이 6년 만에 발표한 신작 '리진'은 9위에 올라 베스트셀러 소설부문에 우리 소설 3권이 올랐다. 반면 일본소설은 베스트셀러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신작 '면장 선거'를 내면서 그의 전작인 '공중그네'의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하락추세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전체 순위에서 5계단 떨어졌고, 요시다 노리코의 '눈물이 주룩주룩'은 17계단이나 하락했다. 주목할 책은 소설부문 2위에 곧 올라설 것으로 보이는 은희경의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현재 2위인 소설 '향수'는 영화가 막을 내린 것과 맞물려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 은희경이 5년만에 내놓은 이번 소설집에는 6편의 중단편이 수록돼 있다. 표제는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悲歌)' 중 '우리가 아름다움을 그토록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는 구절에서 영감을 얻은 단편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 따왔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날씬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다이어트를 감행한 청년이 결국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보여주게 된다는 내용은 미(美)에 대한 허상을 여실 없이 드러낸다. 서정적 감수성에 말의 재미를 글로 담은 듯 속도감 있는 문체로 '은희경식' 소설이라는 단어까지 만들게 했던 저자의 이번 소설집에는 흥미로운 시도들이 담겨있다. 그 동안 그의 소설에 등장하지 않던 몽롱하고 환상적 분위기를 담아낸 것. 단편 '의식을 찬양함'에서 주인공은 '도플갱어'라 할만큼 취향, 성격 심지어 별자리와 이름까지 똑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또 다른 단편 '고독의 발견'에서는 몸이 여러 개로 분리되는 여인이 등장해 독자에게 꿈과 현실을 혼동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