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가 "유로존, 일본식 장기디플레 빠질수도"

"ECB 대처 타이밍 놓쳐" 경고

드라기는 "유사성 없다" 확언


유럽중앙은행(ECB)이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보장치를 제때 울리지 못해 일본과 같은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가 월가에서 나왔다. 일본 경제가 장장 15년간 이어져온 디플레이션의 긴 터널로 들어가기 불과 6개월 전까지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다"고 자신하던 지난 1998년 당시 일본은행(BOJ)의 판단착오를 ECB가 되풀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바클레이스와 모건스탠리·JP모건체이스 등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이 이런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의 일본과 현재 유럽이 처한 여건은 상당 부분 비슷하다. 경제가 큰 충격에서 벗어나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은행들의 대출기피와 환율상승,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이는 점 등이 공통적이다.


런던 소재 모건스탠리의 조아킴 펠스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일본화(Japanification)' 리스크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확률이 35%에 달한다면서 "과거 일본도 디플레이션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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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럽 상황과 과거 일본에서 벌어진 일 사이에는 유사성이 없다"며 "상당 기간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겠지만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라고 확언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전 ECB 총재도 이날 아부다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디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ECB가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에 주목해 추가 조치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현재 연율 기준 0.8%로 전월 대비 상승했지만 여전히 ECB 목표치인 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ECB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과거 일본은행의 착오가 낳은 결과를 십여년 동안 지켜본 월가의 경계감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의 디플레이션 충격을 초래한 초기 모습이 오늘날 유로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이 빠질 가능성은 시장가격이나 정책 결정자들의 발언이 시사하는 것보다 높다"고 밝혔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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