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WTO회담 결렬] 우리입장반영 미흡 '득보다 실'

결렬된 세계무역기구(WTO) 시애틀 각료회담에서 한국은 득보다 실이 많았던 분석이 우세하다. 회담 무산으로 인한 피해도 피해지만, 협상과정도 실망스럽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내년 상반기중 시작될 후속 각료회담에서 자세한 득실 계산서가 나오겠지만,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성과는 한마디로 점수를 후하게 주면 절반의 실패지만 사실상 전반적인 실패다. ◇전반적인 실패 한덕수(韓悳洙) 한국정부대표단 수석대표는 2일(한국시간 3일) 『우리에게 최악(WORST)은 회담이 결렬돼 내년에 뉴라운드 협상이 출범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일부를 양보해서라도, 협상을 타결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회담이 무산, 「최악」이 실현된 것이다. 시애틀 각료회담이 마무리되고, 정상적으로 뉴라운드 협상이 출범하게 되면 2000년부터 몇년간 「국경없는 전쟁터」인 통상무대에서 협상 분위기가 유지된다. 이에 따라 우리 수출품에 대한 미국 등 강대국들의 무역보복 조치가 크게 줄어들고, 수출신장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IMF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반대의 현실이 벌어졌으니, 반대의 결과가 예상된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즉각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의 추가개방을 위한 다자간 협상이 개시되면 우리나라가 유형 무형의 손해를 볼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확실성의 세계에서 불확실성의 급류를 타게된 셈이다. ◇공상품·서비스와 뉴이슈 반덤핑 협정 개정은 미국의 반대로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 반면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노동과 무역 연계」 이슈는 무서운 기세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무역과 투자, 무역과 경쟁정책 규범의 제정도 관철되지 않았다. 공산품 관세 이슈중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선진국들의 고율관세 인하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또 일괄적으로 관세를 인하하고자 했던 우리 희망과는 달리 품목별 인하 방식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당초 정부는 공산품 관세인하가 포괄적으로 대폭 이뤄져 우리나라가 커다란 무역흑자를 덤으로 얻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서비스 시장 자유화에 대해 우리는 영화, 방송 등 시청각 서비스와 교육, 의료, 법률 등 전문직 서비스 등 「민감 분야」에 대해서는 각국의 특수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서비스 시장에서 비교요우위를 지니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은 모든 서비스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자유화를 추진하자고 압박을 가해왔다. ◇풍전등화 농산물 시장 농산물 협상은 우리 대표단의 주장과는 달리,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먼저 2004년까지 개방을 유예받았다는 쌀 시장이 불안해졌다. 18개 농산물 수출국 모임인 케언스그룹은 협상 마지막까지 2004년까지 보장된 우리나라의 「쌀 관세화 유예」(시장개방 거부) 조치를 재론하자고 물고늘어졌다. 쌀 시장 개방문제에 대해 정부는 당초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 정해진 사항이기 때문에 시애틀 각료회담에서 논의될 문제도 아니고, 협의하지도 않겠다고 했지만 농산물수출국들의 공론화를 저지하지 못했다. 결국 쌀재론 여부는 결정나지 않았지만, 쌀 시장 개방문제는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또 농산물 관세는 「점진적으로」(FURTHER) 인하해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도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세 문제를 포괄하는 시장접근 분야의 선언문 초안은 「가급적 최대한」(BROADEST POSSIBLE) 문을 열기로 한다고 돼 있다. 우리는 국내보조금에 대해서도 점진적인 감축을 원했다. 하지만 「대폭적인」 점진적 감축으로 협상 분위기가 흘렀다. 우리가 요구했던 농업의 다원적 기능 표기 문제도 다원적 기능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지 못한 채 협상이 중단됐다. 시애틀=양정록기자JR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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