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무역 흑자규모가 10억달러 이하로 뚝 떨어지면서 무역수지 관리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대외여건 불안에도 수출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무역흑자를 큰 폭으로 갉아먹었다. 특히 지난달 무역수지는 마지막 날에야 간신히 흑자로 돌아서 무역흑자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앞으로 대외불안이 커지면 적자로 전환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1일 내놓은 8월 수출입동향(잠정치)을 보면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줄어든 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1월 무역수지가 적자(4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가 흑자로 돌아선 후 19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처럼 무역수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수출은 한달 동안 464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1% 늘어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입이 큰 폭으로 늘면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무역수지를 압박했다. 지난달 수입은 수출 증가율을 앞지르며 29.2% 늘어난 456억달러를 나타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마감 하루 전까지 소폭 적자를 기록해 정부를 긴장시켰다. 하지만 마지막 날에 대규모 선박 수출이 이뤄지면서 간신히 흑자로 돌아서며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 수입은 석유와 가스ㆍ석탄 등 원자재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비행기(630.8%), 자동차부품(23.6%) 등 자본재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비행기의 경우 대한항공이 대형 여객기인 A380기종을 도입하면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아울러 소비재 측면에서도 의류와 돼지고기 등을 중심으로 수입이 큰 폭으로 늘었다. 환율이 하락하자 미리 물량을 확보해두려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정부는 설명했다. 이처럼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는 7월 63억2,000만달러에서 한달 새 무려 55억달러나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무역수지 급감을 기조 변화보다는 휴가철에 따른 '계절적 단기현상'으로 의미를 축소했다. 지난해도 7월에 흑자가 50억달러에 달했으나 8월에는 12억달러로 축소되는 등 매년 '7고(高) 8저(低)' 현상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절적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올해는 감소폭이 지나치게 확대돼 정부로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와 2009년 8월의 경우 7월 대비 무역수지 감소폭이 각각 76%, 63%였으나 올해는 무려 87%에 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여파와 더블딥 가능성, 유럽의 재정위기 등 무역 파고가 아직 본격적으로 실물경기에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이전과 같은 큰 폭의 무역흑자 기대감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20일 기준) 미국으로의 수출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에 미국 수출 증가율이 2.5%로 급감한 데 이어 자칫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미국과의 무역수지 역시 지난달 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과도 지난달 4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두달 연속 적자행진을 할 처지에 놓였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에 무역수지가 계절적 요인으로 상당폭 줄었지만 대외여건을 감안할 때 올해 연간 목표치(292억달러)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며 "수출과 수입이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무역 현황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