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해양문화를 담고 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국보 제285호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보존방안으로 16일 국무총리와 문화재청장ㆍ울산시ㆍ문화부ㆍ국무조정실이 '카이네틱 댐'으로 하겠다고 협약을 했다. 'Kinetic'은 변화 가능하다는 뜻이다. 즉, 암각화 전면에 수위변화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한 고강도 투명막으로 된 댐이다.
새로운 댐 건설로 암각화 지킬 수 없어
그런데 이 댐이 가능할까. 결론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첫째, 공개적인 국민적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며 카이네틱 댐 설명회에서 참석한 문화재ㆍ토목ㆍ지질ㆍ전문가들이 모두 부정적이었다. 필자 역시도 참여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냈으나 고위부서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즉 완전하고 온당한 합의가 아닌 논쟁을 임시로 봉합한 조치에 불과하다.
둘째, 댐을 설치하기 위해서 암각화 5~10m 앞에 철골 골재를 지지하기 위한 견고한 매립 구조물을 지반을 뚫고 설치해야 한다. 현재는 몇 m를 뚫어야 하는가 답도 없다. 또한 지반의 구조와 암석이 댐 물의 압력을 견디기에 충분한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셋째, 벽면 접합 부분도 문제다. 댐이 흔들리지 않고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벽을 절개해서 구조물을 고정시켜야 하는데 이것 역시 반구대 암각화를 훼손하는 결과이다. 반구대 암각화 벽면은 진흙이 굳은 셰일인데 몹시 약하며 벽을 절개한다면 암각화에서 적어도 100m정도를 벗어나야 한다. 100m 이내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기도 하거니와 100m 넓이의 유리막 댐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넷째, 검증이 없다. 국내는 이와 같은 사례가 없다. 여수엑스포 아쿠아리움 등 수중막 설치공사와 수족관 등의 강화 유리막과는 차원이 다르다. 외국의 경우 수압변화가 없는 두 곳 정도 설치했다고 하는데 고여 있는 수족관이나 습지와 달리 반구대 암각화 주변은 집중호우와 흐르는 강물의 수압 변화가 심한 곳이기 때문이다. 만약 설치한 후 무너질 경우 이는 지금까지 반구대 훼손보다 더 심각한 훼손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심각한 역사ㆍ문화ㆍ자연경관 훼손을 들 수 있다. 댐을 설치한다면 세계유산 등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등재에 있어서 주변 경관도 포함하며 특히 인공구조물 설치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번 협약은 단순히 양해각서 수준일 뿐이지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카이네틱 댐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문화재위원회를 통과 못하거나 지반약화 등의 변수가 발생했을 때는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주변경관 훼손않는 보존이 최선의 방책
정부는 댐 설치를 위한 협약보다는 물 부족이라는 왜곡된 주장에 대해 먼저 검증하는 협약을 했어야 했다. 공공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울산은 물 부족이 아니며 맑은 물도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 즉 그토록 맑은 물이라고 주장하는 사연댐 수질이 낙동강 수질보다 못하다는 것이며 대암댐을 통해 물 부족 대책을 다 마련했다. 또한 고도정수처리하기 때문에 맑은 물이 항시 공급된다는 것이다. 울산시가 주장하는 물 부족과 맑은 물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검증 없이 댐으로 협약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에 무조건 굴복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사연댐은 축조한 지 48년이 됐다. 댐의 평균수명이 40년이라면 사연댐에 대해 구조안전 진단부터 먼저 해야 한다. 댐의 안전을 위해 유사시 물을 배출할 관로를 뚫어둬야 한다. 사연댐은 이미 하도관이 3곳이나 있다. 이를 통해 물을 배출하고 댐의 안전성부터 검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