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남편·부모형제 찾아주오"

"남편·부모형제 찾아주오"방문단 숙소주변 맴돌아 50년 수절 권오증씨등 주위 안타깝게 『북측에서 내려온 이산가족 방문단에 서울공대를 다니던 이동현(71)씨를 아는지 좀 물어봐 주세요. 부탁합니다.』 18세인 지난 50년 1월 경북 문경의 부잣집에 시집을 가 남편과는 닷새를 함께 지내고 6·25동란으로 헤어진 뒤 평생을 수절하고 살아온 권오증(68·서울 노원구 월계동) 할머니가 남편의 생사확인을 위해 남측 이산가족상봉단이 머무는 올림픽파크텔 주위를 맴돌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권 할머니는 당시 서울공대를 갓 입학한 남편과 닷새를 함께 보냈으나 남편이 공부하러 서울로 올라가고 떨어져 살다 전쟁이 터지면서 영영 헤어지게 됐다. 『그동안 힘들었던 점은 말로 다못해. 매일매일을 눈물로 살아 베갯잇이 마를 날이 없었어. 눈물샘도 말라버렸어. 그런데 이번에 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장면을 보니 다시 눈물이 나더라구.』 지금까지도 권 할머니는 수절한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평생을 기다리게 한 남편에 대한 원망만은 지워버릴 수 없다. 권 할머니처럼 북측 가족들의 숙소인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 컨벤션센터 앞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 주위에는 6·25동란을 전후해 북에 가족들을 남겨두고 온 시민들이 가족을 찾는 푯말을 들고 돌아다녀 안타깝게 했다. 워커힐호텔을 찾은 김상일(71·경기 부천시)씨는 6·25동란 전에 고향인 평남 남포시에 남겨두고 온 부모 등 일가족 6명의 이름이 적힌 도화지를 상반신 앞뒤로 걸고 나타났다. 김씨는 아버지 김원식(96), 어머니 이태숙(92), 형 김상호(73), 누이 김선실(60)씨 등 가족들의 이름을 외치며 『공부를 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혼자 내려왔는데 북에 있는 가족에게 몹쓸짓을 한 것같아 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원재(46)씨도 어머니 이봉향(74·여)씨가 북에 남기고 온 오빠와 동생 등의 가족명단과 함께 사진이 부착된 푯말을 들고 청주에서 올라와 호텔 이곳저곳을 돌며 『효도하는 마음에 어머니의 고향소식이라도 전해듣고 싶어 찾아왔다』고 호소했다. 김홍길기자91ANYCALL@SED.CO.KR 입력시간 2000/08/16 18:0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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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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