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전관예우는 브랜드 사기?

사회부 이규진기자 sky@sed.co.kr

[기자의 눈] 전관예우는 브랜드 사기? 사회부 이규진기자 sky@sed.co.kr “법원의 재판에 실제로 전관예우가 존재하는 것으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 ‘법조윤리 제고방안’ 중 일부다. 판ㆍ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개업 후 일정기간 ‘전관예우’ 덕에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얘기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지난해 개업한 전관 변호사의 구속적부심 석방률이 46.3%로 일반 변호사의 46.1%와 비슷하다고 했다. 보석허가율 역시 46.6% 대 50.5%로 오히려 낮은 점도 들었다. 이어 보고서는 2002년 2월~2003년 1월 서울의 형사사건 수임랭킹 10위 안에 판ㆍ검사 출신이 무려 9명이나 포진하고 있는 이유를 사건브로커의 마케팅 능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대로라면 전관예우를 기대하고 사건을 맡긴 사람들은 브로커의 농간에 놀아난 사기(?) 피해자다. 일반 변호사보다 별반 나을 게 없는 ‘전관’ 브랜드에 현혹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래된 전관예우 시비를 일거에 없앨 묘책도 도출된다. ‘전관 효과’를 과장하는 불법브로커를 엄단하고 전관이나 연수원 출신이나 다를 바 없다고 널리 홍보하면 될 일이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법조윤리를 다룬 총 32쪽짜리 보고서는 그동안 법조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된 ‘전관예우’ 문제를 단 2쪽만 실었다. 반면 법조비리의 주된 원인이 사건브로커에 있다는 듯 브로커 실태를 10쪽에 걸쳐 상세히 분석했다. 이 보고서를 본 국민들이 과연 ‘전관예우는 사라진 유물’이라며 안도할지 궁금하다. 정반대로 사법개혁의 선봉장을 자임해온 사개위가 전관예우에 대해 겨우 이정도의 현실인식밖에 못하냐고 크게 실망하지 않을까. 보고서가 왜 유사사건을 비교하며 전관변호사들의 재판 승소율과 선고형량을 꼼꼼이 따지는 심층적이고 전면적인 분석을 안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확인 안된다”면 할 말 없다. 묻는 시간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고 후회한 뒤 제대로 개혁할 적임자를 찾는 게 낫다. 그래도 사개위에 묻고 싶다. “자기 상사인 부장판사(검사)가 개업해 사건을 맡았는데 어떻게 모른체 할 수 있습니까” 라고 털어놓는 전현직 법조인들의 솔직한 고백을 기자만 듣고 있는지를. 입력시간 : 2004-12-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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