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오래 살아 다시 만나자" '고향의 봄' 부르며 눈물

■ 이산가족 상봉 막내려 … 기약없는 이별

남북관계 더 발전시켜 정례화·서신왕래해야

"하늘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사랑합니다." 64년 만에 형을 만난 남측 동생 김두인(78)씨는 2박3일 동안 11시간의 만남을 끝으로 25일 떠나는 버스에 오른 북측 형 화인(85)씨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3년4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이날 금강산 면회소에서 1시간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기약 없는 이별에 금강산은 눈물바다가 됐지만 "통일되면 다시 만나자"며 희망의 끈도 놓지 않았다. 남북을 합쳐 10만명이 넘는 초고령 이산가족들의 한(恨)을 이른 시일 내 풀어줄 상봉 정례화 및 규모 확대 등이 애타게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2차 상봉에 참가한 북측 신청자 88명과 남측 가족 357명은 이날 오전9시부터 1시간 동안 금강산면회소에서 '작별상봉'을 했다.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고향의 봄'과 '가고파'를 함께 불렀다. 칠순이 넘은 여동생은 오빠에게 큰절을 했고 팔순의 북측 형을 업은 남측 동생은 떠나는 버스 앞까지 한걸음씩 내디디며 형을 놓지 않았다. 북측 적십자 관계자는 이 광경을 보며 "눈물 안 나면 조선 사람이 아니지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배웅에 나선 박금화(78)씨는 떠나는 버스에 탄 북측 언니 계화(81)씨가 창밖으로 팔을 힘껏 내밀어도 손이 닿지 않자 다리에 온 힘을 모으며 일어섰다. 그는 "언니 잘 가세요. 내 이제 안 아파"라며 "아버지·어머니 산소에 가서 언니 얘기 다 해줄게요"라고 말했다. 금화씨는 버스가 떠날 때까지 필사적으로 서 있었다.


남궁봉자(61)씨는 북측 아버지 남궁렬(87) 씨에게 "오래 사셔야 다시 만난다"며 건강을 빌었고 아버지는 "또 보내줄거다. 다시 만나자"며 딸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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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최고령자 박종성(88)씨는 세 여동생 종분(80)·종옥(75)·종순(68)씨에게 "나랑 같이 가자, 나랑 같이 살자"며 울었다. 동생들은 "오빠, 우리 오빠 보고 싶어 어떻게 사느냐"라고 오열하면서 "통일되면 보자"며 아쉬움을 달랬다. 또 다른 북측 최고령자 김휘영(88)씨의 남쪽 여동생 종규(80)·화규(74)·복규(65)씨는 오빠에게 "이제 소원이 없다"면서도 "다음에 만날 때까지 꼭 살아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원도 양구가 고향인 조돈방(69)씨는 북측 누나 매숙(82)씨에게 "통일이 되면 교통이 좋아 고향까지 2시간밖에 안 걸린다"고 말했다. 매숙씨의 딸은 삼촌 돈방씨에게 "통일아 오너라, 안녕히 다시 만나요"라고 적힌 종이를 건넸다.

남측 상봉 단장인 김종섭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이날 작별 직전 북측 단장인 리충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 부위원장에게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부위원장도 "포기하지 말고 북남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며 화답했다.

이산가족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남측 상봉 신청자 12만9,264명 중 45%인 5만7,784명이 숨져 생존자는 7만1,480명에 불과하며 연평균 3,800명 이상이 세상을 뜨고 있다.

지금처럼 이산가족이 100명씩 만나는 것을 매달 해도 60년 가까이 걸려 상봉 정례화는 물론 규모 확대, 서신 교환, 화상 상봉 등이 조속히 남북 간에 합의돼 분단의 한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강산에서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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