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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아파트에 '다운사이징' 바람이 거세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1~2인 가구 증가로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착공을 앞둔 재개발 사업장에서 대형 아파트를 줄이고 중소형 구성을 늘리는 설계변경이 잇따르고 있다.
◇강북 지역 재개발 사업장 중소형 위주로 속속 설계변경=19일 일선 구청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옥수13구역과 금호15구역ㆍ보문3구역 등 서울 강북 지역의 재개발조합이 중소형 위주로 사업계획을 수정했다.
성동구 옥수13구역은 최근 85㎡ 이하(전용면적 기준) 중소형을 기존 1,763가구에서 1,887가구로 늘리고 용적률을 9.8% 높이는 내용으로 정비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총 1,984가구 중 85㎡ 초과 중대형은 97가구로 줄어들었다. 중소형 비중이 95%에 달한다.
옥수13구역 조합 관계자는 "올 들어 분양한 재개발 아파트에서 발생한 미분양이 대부분 중대형 평형"이라면서 "설계변경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늘었지만 조합원 분담금은 낮아지고 미분양 부담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인근 금호15구역도 기존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을 취소하고 중소형을 늘린 정비구역지정 변경안을 제출해 지난 5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용적률을 기존 223%에서 257%로 끌어올려 85㎡ 이하를 937가구에서 1,260가구로 늘렸다. 이 밖에 금호16구역과 성북구 석관2ㆍ보문3구역 등도 용적률 상향을 통해 중소형 위주로 사업계획을 변경해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형 늘리면 사업성 더 좋아져=이처럼 재개발조합의 설계변경이 잇따르는 것은 최근 분양한 재개발 아파트에서 중대형아파트가 대거 미분양으로 남아 사업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면서 조합원들도 굳이 대형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 추세다. 이 때문에 일반분양분으로 나온 대형 아파트는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남는다. 실제로 5월 공급된 서울 마포구 아현3구역 '래미안 푸르지오'는 청약 당시 일반분양된 114㎡ 371가구 중 276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분양가가 낮은 중소형을 늘리면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지지만 용적률 상향을 통해 일반분양 가구를 늘리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대형을 줄이고 중소형 가구수를 늘리면 오히려 사업성이 더 좋아진다"면서 "요즘은 조합원들이 먼저 설계변경을 요구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기존 용적률의 5% 이내의 범위에서 상향하는 설계변경은 '경미한 변경'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점도 잦은 설계변경의 이유로 꼽힌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은 기존 정비계획상 용적률 기준 10% 상향은 서울시장 권한, 5% 이내 상향은 구청장 권한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선 지방자치단체는 이 같은 재개발 구역의 설계변경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종호 성북구 재개발1팀장은 "설계변경을 추진할 수 없는 상태인 구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역이 중소형 위주로 설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